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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전 부시-고어 데쟈뷔?.. 美 대선결과 대혼선속으로

트럼프 대통령 펜실베이니아 등 경합주 개표중단 소송 예고
미 언론 “트럼프, 제시할 근거 구체적으로 안 밝혀...연방대법원 직행은 불가”
20년 전, 부시 vs 고어 대선 승복·철회 반복에 36일간 결론 안 나

20년전 부시-고어 데쟈뷔?.. 美 대선결과 대혼선속으로
미국 수도인 워싱턴D.C.에 위치한 미국 연방대법원 모습 / 사진=뉴스1 로이터

[파이낸셜뉴스]

제46대 미국 대통령이 최종 확정되는데까지 한 달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확인까지 36일이 소요된 지난 2000년 대선의 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미 대선이 흘러가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투표 결과를 연방대법원까지 끌고 가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일방적으로 승리를 선언하며 “우리는 연방대법원으로 갈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개표를 ‘중대한 사기’로 규정하고 “모든 투표가 중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 측이 연방대법원에 펜실베이니아주를 비롯해 주요 경합주에서의 개표 중단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자신이 바이든 후보를 앞서는 시점에 승리를 선언한 뒤, 뒤이은 개표 결과에는 불복하고 문제제기 하겠다는 방식이다. 우편투표 개표로 자신이 역전당할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어떤 근거를 들어 소송을 걸지는 알려진 바 없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은 ‘사건이 하급심을 거쳐야 해서 연방대법원 직행은 불가하다’는 전문가 발언을 전했다.

하지만 현재 연방대법원 대법관 구성은 보수 인사가 6명으로 진보 측 3명을 압도하는 상태라, 만일 대법원까지 간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미국 국민들은 20년 전의 혼돈을 또 다시 겪어야 할 위기에 처했다. 당시 대선 시작 36일 만에야 대통령이 확정됐다.

지난 2000년 11월 7일 치러진 대선 당일 미국의 주요 언론은 저녁 8시경부터 25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플로리다주에서 앨 고어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전망했다. 하지만 개표가 진행되며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와 접전이 벌어지자, '부시 당선 유력'이라고 번복했다.

이에 8일 고어는 부시에게 전화를 걸어 패배를 인정했으나, 부시와의 격차가 좁혀지면서 다시금 1시간 뒤 패배 인정을 취소했다.

결국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수작업으로 개표가 시작됐다. 부시 측이 반발하면서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국민들은 한 달 넘게 승자를 확인할 수 없었다. 끝내 연방대법원의 12월 12일 수개표 중단을 결정했다. 고어는 다음 날 대국민 연설에서 부시의 승리를 인정했다.

20년전 부시-고어 데쟈뷔?.. 美 대선결과 대혼선속으로
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사진=뉴스1 로이터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