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5세 이상 10명 중 1명 치매
간병하는 가족들 스트레스도 극심
우발적 존속상해치사 잇따라 발생
치매간병인 지원시스템 구축 필요
#.올 4월 서울 중랑구에서 치매를 앓던 80대 아버지를 돌보던 40대 남성이 우발적으로 아버지를 때려 숨지게 했다. 치매, 뇌경색으로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2년 여간 홀로 부양하던 남성은 자신의 처지 등에 화가 나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은 이 남성이 정신적으로 매우 지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참작, 존속상해치사에 대한 권고 형량 범위보다 낮은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치매 노인을 부양하던 가족 구성원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르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서 초고령화로 향하는 시점에 치매환자 비율도 매년 증가하는 가운데, 치매 노인을 간병하는 가족의 정신적, 경제적 부담이 급증하면서 비극적 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
치매환자 10명 중 1명꼴
5일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771만8616명이다. 이들 가운데 치매환자 수는 79만4280명으로 유병률이 10.29%에 이른다.
매년 65세 이상 고령인구 수가 증가함에 따라 치매환자 유병률도 꾸준한 증가세다. 지난 2015년 치매환자 유병률은 9.54%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후 2017년 9.98%, 2019년 10.29%를 기록했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가운데 1명인 셈이다.
여기에 치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경도인지장애자 숫자도 매년 증가해 지난해 기준 175만1988명(22.7%)에 달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오는 2050년 치매환자 유병률이 15.1%까지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치매환자 증가는 곧 간병을 하는 가족의 부담으로 직결된다. 치매환자 가족은 '보이지 않는 제2의 환자'라고 부를 만큼 간병에 대한 부담이 크다.
일례로 지난 2011년 이후 6년간 치매배우자를 간병하다 살해한 건수는 18건이다. 지난해 치매의심자 치매환자에 대한 노인학대 사례는 1381건으로 이중 가족이 학대한 경우는 43%에 달했다. 일반적으로 가정 내 치매환자가 발생 할 경우 가족 구성원 가운데 한 명이 오롯이 돌보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으로 이들에 대한 충분한 지원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한 치매 간병 가족은 "치매 병 관리 안 해본 사람은 모른다. 완쾌도 안되고 언제 끝인지도 모르는데다 살림살이까지 힘들면 제정신으로 버티기 힘들다"며 "치매 정도가 너무 심하면 시설에서도 안 받아주고 시설비 낼 돈도 없으면 꿈도 못꾸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환자 수 대비 치매전담기관 미미
문재인 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도'를 핵심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7년 9월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치매안심센터를 전국 시·군·구 보건소 256개소에 설치했다.
중증치매환자의 의료비 부담율도 최대 60%에서 10%로 낮추고, SNSB(치매선별검사), MRI 검사 등 고비용 치매검사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상급종합병원 기준 각각 15만원, 14만~33만원으로 부담을 덜었다.
그러나 치매환자 지원 대책은 의료비 절감 등 단기적 부분에 치중돼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치매 간병 가족은 "부모님이 치매가 온 뒤로 자식 둘이 우울증으로 병원을 다니고 있다"며 "정부가 의료비 절감처럼 단기적인 대책보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실효성 있는 치매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치매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치매전담기관 수는 적다.
지난 2018년 65세 이상 추정 치매환자 75만여명 가운데 쉼터, 치매전담형 장기요양기관, 치매안심병원 등 치매전담기관에 수용 가능한 인원은 3.2%에 그쳤다.
또 집에서 치매환자를 돌보는 돌봄·지원서비스에 대한 여력도 부족하다. 복지부는 지난달 장기간 간병으로 지친 치매환자 가족들이 쉴 수 있도록 치매 노인이 단기 보호시설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치매환자 가족 휴가제'를 오는 2025년까지 연 6일에서 12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지난해 기준 치매가족 휴가제 이용실적은 총 1152명에 불과하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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