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우편투표의 힘'
개표율 높아질수록 유리해져
애리조나·네바다 가져오면 확정
트럼프의 마지막 희망?
펜실베이니아주 불안한 우세 속
애리조나 뺀 5곳 모두 이겨야 승산
코로나19의 대유행 가운데 치러진 미국 대선이 앞서 예상대로 우편투표에 의해 승패가 갈렸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 현장보다 우편투표에 몰렸던 민주당 지지자들은 개표 초반 공화당 지지자들의 열성적인 현장투표에 밀리는 듯 보였지만 막판에 뒷심을 발휘하면서 판세를 뒤집었다. 한국시간 5일 기준으로 아직까지 승자가 결정되지 않은 주는 북부의 펜실베이니아주(선거인단 20명), 서부의 애리조나주(11명)와 네바다주(6명), 남동부의 조지아주(16명) 및 노스캐롤라이나주(15명), 본토에서 떨어진 알래스카주(3명)까지 6개다. 해당 주의 선거인단 합계는 71명이다.
북부 공업지에서 승기 잡은 바이든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는 3일(현지시간) 투표 결과 플로리다주 등 주요 대형 경합주를 빼앗기고, 개표가 진행 중인 나머지 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밀리면서 패배를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북동부 쇠락한 공업지대인 '러스트벨트'에서 본격적으로 사전투표 개표가 시작되면서 상황이 유리해졌다. 선거인단이 각각 10명, 16명 배정된 위스콘신주와 미시간주는 우편투표 마감일이 투표일과 같았지만 공화당이 주도하는 주의회가 우편투표 개표 준비를 미리 하지 못하게 막았기 때문에 개표가 늦었다. 바이든은 위스콘신에서 개표율이 80%대 후반에 접어들자 트럼프를 추월했고 99% 개표율 기준으로 트럼프를 0.7%포인트 앞섰다. 트럼프는 미시간에서도 바이든에게 추월을 허용해 바이든보다 2.5%포인트 뒤처졌다.
위스콘신주의 선거법에 따르면 1~2위 득표율 차이가 1%포인트 미만일 경우 선거 캠프에서 재검표를 요구할 수 있으며 트럼프 캠프 역시 위스콘신 소식이 알려지자 즉각 재검표를 신청했다. 미시간주는 개표율 99% 상황에서 사전투표 310만표 가운데 142만표가 개표됐고 트럼프 캠프는 남은 표를 개표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개표 중단 소송을 냈다. 미시간주 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인단 투표 6일 전인 12월 8일까지는 법적 논란이 마무리돼야 하며 그때까지 다툼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주의회가 선거인단을 확정한다.
바이든은 러스트벨트 2개주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253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고, 현지 언론 대부분은 개표가 진행 중인 애리조나주 역시 바이든에게 기울었다고 판단했다. 애리조나주는 대선 당일까지 우편투표만 인정하며 투표 이튿날 개표가 끝날 예정이다. 바이든은 애리조나에서 트럼프에게 2.8%포인트 차이로 앞섰고 이를 감안하면 264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셈이다.
네바다와 조지아 결과에 긴장
미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27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야 한다. 바이든은 6명만 추가하면 이긴다. 바이든은 선거인단 6명이 배정된 네바다에서 이긴다면 다른주의 승패와 상관없이 승리한다. 네바다주는 한국시간 5일 오후 기준으로 86%의 개표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바이든이 49.3%로 트럼프(48.7%)를 앞서는 상황이다. 네바다주 선거 당국은 4일 트위터를 통해 아직 개표작업을 진행 중인 일부 지역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추가 개표 결과를 한국시간 기준 6일 오전 2시까지 갱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국은 네바다주가 11월 10일까지 우편투표를 받지만 현재 투표일 현장투표, 사전 현장투표, 2일까지 접수된 우편투표만 집계에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4일 기준 네바다의 우편투표 회수율은 32.8%로 약 119만표가 아직까지 선거 당국에 회수되지 않았다. 민주당 지지자의 회수율(41.9%)이 공화당 지지자(26.3%)보다 높은 만큼 이미 회수된 우편투표를 개봉할수록 바이든에게 유리해진다.
다음에 주목할 지역은 조지아다. 조지아는 개표율 95% 기준으로 트럼프가 49.7%의 득표율을 기록해 바이든을 0.6%포인트 차이로 앞질렀다. 조지아에서는 투표장에서 파이프가 고장 나 심야 개표가 지연됐고, 당국은 한국시간으로 5일에나 개표를 재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전부 이겨야 승리
확보한 선거인단이 214명에 불과한 트럼프는 개표 중인 6곳 가운데 승패가 기운 애리조나주를 빼앗기더라도 나머지 5곳에서 전부 이겨야 승산이 있다. 러스트벨트의 마지막 희망인 펜실베이니아주는 한국시간 5일 기준으로 89%가 개표되었으며 트럼프가 50.7%의 득표율로 바이든(48.1%)을 앞서고 있다. 그러나 두 후보의 표 차이는 20만표 미만이며 우편투표가 전부 개봉될 경우 바이든에게 유리할 전망이다. 펜실베이니아주는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우편투표 개표를 미루면서 투표일 다음날에야 우편투표 개표가 시작됐고 총 250만건의 우편투표 가운데 약 100만건이 처리됐다. 개표된 표의 80%가 바이든을 지지한 만큼 개표가 진행될수록 트럼프의 우위가 뒤집힐 확률이 크다.
이에 트럼프 캠프는 4일 갑자기 펜실베이니아주를 상대로 개표 중단 소송을 내고 개표 과정에 공화당 관리인에게 접근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펜실베이니아주는 대선 투표에서 1~2위 득표율 차이가 0.5%포인트 이내일 경우 주 국무장관이 자동으로 재검표를 명령하며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기 위해서는 100명 이상의 유권자가 20일 안에 청원서를 내야 한다.
노스캐롤라이나의 상황은 안갯속이다. 해당 주는 95% 개표율을 기준으로 트럼프가 50.1%의 득표율을 기록했으며 바이든은 48.6%다. 노스캐롤라이나 선거 당국은 4일 발표에서 우편투표 접수 마감일이 11월 12일이라며 그 전까지는 공식적으로 개표 마감 발표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 김준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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