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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시대]"한반도 정책을 우선 순위로"…文정부 외교 시동

文대통령, 바이든 축하 트윗…"한미 관계 발전 기대 커" 공식 출범 전 '탐색 외교'…先 한미 동맹, 後 북핵 해결 미 정권 교체기 동맹 관련 리스크 최소화 전략적 의도 비핵화 대화 재개를 대외정책 우선순위에 두도록 견인 전문가 "한반도 문제 중요성·시급성 명확히 전달해야" 강경화, 워싱턴行 출국…바이든 측 외교라인 접촉할 듯

[바이든 시대]"한반도 정책을 우선 순위로"…文정부 외교 시동
[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8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미국 대선 승리를 축하하며 “우리의 동맹은 강력하고 한미 양국 간 연대는 매우 견고하다”고 밝혔다.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나는 우리 공동의 가치를 위해 두 분과 함께 일해 나가기를 고대 한다”며 이어 “두 분과 함께 열어나갈 양국관계의 미래 발전에 기대가 매우 큽니다”며 “같이 갑시다!”라고 밝혔다.(사진=SNS캡쳐) 2020.11.08.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태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대선 승리 공식 선언을 기점으로 새로운 미국 정부에 대한 '탐색 외교'에 조심스레 시동을 걸었다. 당선 축하 메시지를 통해 차기 바이든 행정부와 구축할 한미 관계 발전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께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축하드린다"며 바이든과 카멀라 해리스 후보의 당선 축하 메시지를 적었다.

그러면서 "우리의 동맹은 강력하고 한미 양국 간 연대는 매우 견고하다. 나는 우리 공동의 가치를 위해 두 분과 함께 일해 나가기를 고대한다"며 "두 분과 함께 열어나갈 양국 관계의 미래 발전에 기대가 매우 크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구호 'We go together'의 한국어 표현인 "같이 갑시다!"라는 말로 공식 메시지를 마무리했다. 이러한 트윗 앞에는 바이든·해리스 당선인이 직접 읽을 수 있도록 각각의 트윗 계정을 따로 태그했다.

청와대는 그동안 미국 대선 개표 결과를 예의 주시하며 공식 메시지 발신 시점을 고심해 왔다. 당초 바이든 당선인의 대선 승리 연설 직전에 축하 메시지를 내는 방안도 검토했다가, 현지 시각으로 7일 오후 8시로 잡힌 연설 시각을 고려해 직후 발신하는 쪽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트위터·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주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동시에 적는 것과 달리 트위터만 축하 메시지 창구로 선택한 것은 당선인 신분에 맞춘 외교 프로토콜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불복 의사를 시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검표와 소송전으로 끌고갈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메시지의 발신 시점과 외교의 '격(格)'을 함께 고려하는 등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내년 1월20일 바이든 차기 행정부 체제가 공식 출범할 때까지 트럼프 행정부에 예우를 갖추겠다는 의미다.

[바이든 시대]"한반도 정책을 우선 순위로"…文정부 외교 시동
[윌밍턴=AP/뉴시스]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미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의 대국민 연설을 마치고 부인 질 바이든과 함께 '엄지 척'을 하고 있다. 2020.11.08.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트위터에 '당선'이라는 표현을 직접 쓰지 않은 것, 우리 시각으로 오전 10시 이후에 트윗 메시지가 올라간 것 등 하나하나에 외교적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한 축하 메시지 이외에도 한미 외교 채널을 통한 공식 축전 발신, 바이든 당선인과의 통화, 특사단 파견 등 외교 절차에 맞도록 대미 정상외교 시스템을 순차적으로 가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이 당선 축하 차원의 첫 메시지에서 굳건한 한미 동맹을 부각한 것은 그동안 정부가 취해온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 정부의 외교정책 우선 순위에 한미 동맹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2기 외교안보 라인을 구축한 지난 7월 이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한미 동맹'을 강조해왔다.

이러한 데에는 미 정권 교체기 과정에서 발생하게 될 불가피한 공백기를 활용해 한반도 주변 4강 외교의 핵심 축인 한미 동맹 이슈부터 관리하겠다는 전략적 의도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 바이든 체제 외교안보 인사의 라인업이 구성되기 전까지 북미 비핵화 협상이 공전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인식도 반영됐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최소 7개월 가량 한반도 정책에 관한 공백기가 예상되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 체제에서 표류했던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과 주한미군 철수 문제 여부 등 한미동맹 관련한 리스크를 최소화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동맹 복원'을 공약으로 내건 바이든 당선인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논의를 가속화 하기 위해서라도 한미동맹은 필수적으로 꼽힌다.

정부는 지난달 바이든 캠프 측 외교안보 정책 자문 인사를 폭넓게 접촉하며 한미 동맹의 발전 방향 및 북미 비핵화 협상에 대한 근본적 인식 등에 대해 논의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진영에서 12년 이상 아시아 정책 고문을 맡아온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회장의 비공개 방한 기회를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시대]"한반도 정책을 우선 순위로"…文정부 외교 시동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6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미국 차기 행정부의 대외정책 기조와 한반도 정책 전망 토론회에서 이낙연 대표가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1.06. photo@newsis.com
이와는 별도로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6일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 등 한미일 안보수장과의 화상 협의를 갖고 한반도 비핵화 및 역내 현안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서 실장은 회의에서 북미 비핵화 대화 노력이 조기에 재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바이든 정부가 북미 비핵화 대화 재개를 대외정책 우선 순위에 둘 수 있도록 시선을 붙잡아 두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6일 민주연구원 주최 미 차기 행정부 한반도 정책 전망 토론회에서 "지금 정부가 할 일은 대선 이후 90일 내지 120일 내에 미국 모든 정책이 재검토 될 때 한국의 입장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있도록 초당파적이고 범정부적인 외교를 준비해야 한다"며 "지금은 한반도를 둘러싼 전략적 불확실성이 큰 만큼 한미 간 전략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의 국익 차원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이 한반도 문제라는 것을 바이든 정부에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단순히 당위성 차원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북미중의 정치적) 상황을 면밀하게 보고 들어가야 한다"고 신중한 접근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표면적으로 내년 1월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설 약 2개월 여 동안 본격적인 '탐색 외교'에 돌입한 모양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지난달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면서 마련된 초청 형태의 일정이다.

강 장관은 이번 방미 일정 동안 바이든 측 외교라인과도 접촉할 것으로 관측된다. 외교가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각각 국무장관과 국방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크리스 쿤스 민주당 델라웨어주 상원의원과 전략 자문 회사 웨스트이그젝 어드바이저스 설립자인 미셸 플로노이 등을 접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바이든 시대]"한반도 정책을 우선 순위로"…文정부 외교 시동
[인천공항=뉴시스] 고범준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한미외교장관 회담을 위해 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 하고 있다. 2020.11.08. bjko@newsis.com
강 장관은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두루두루 의회 쪽이나 학계 쪽 인사들을 많이 만나서 민감한 시기이긴 하지만 한미 관계를 굳건히 다지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 유익한 대화를 많이 나눌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도 오는 16일 미국 워싱턴 D.C.로 방문단을 파견해 바이든 당선인 측과의 한반도 정책을 논의하는 의회 외교에 나설 예정이다.

국회 외통위원장이자 민주당 한반도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고 있는 송영길 의원은 오는 16일 김한정·김병기·윤건영 의원 등으로 구성된 여야 외통위원을 이끌고 미국을 찾아 바이든 캠프의 외교정책 참모들과 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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