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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갈등 속 한미동맹, 휘둘리지 않으려면…韓 '동맹관리' 어떻게

미중갈등 속 한미동맹, 휘둘리지 않으려면…韓 '동맹관리' 어떻게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미중갈등 속 한미동맹, 휘둘리지 않으려면…韓 '동맹관리' 어떻게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나흘간의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강 장관은 오는 9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의 회담 외에도 당선을 눈앞에 둔 조 바이든 후보 측 인사와의 접촉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11.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윤태형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면서 미중갈등과 한미동맹 사이에서 우리 외교력이 시험대가 올랐다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 시대에도 미중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미동맹 강화가 한국 정부에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국제안보 분야 석학인 그레이엄 앨리슨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4일 "미중 갈등이 막 시작됐고 누가 백악관에 입성하더라도 갈등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미국과 중국 사이에 협력과 경쟁이 공존할 수 있다"면서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아시아 국가들에게 미중 간 선택을 강요할 것 같지는 않다"고 언급했다.

바이든 시대가 되면 미중갈등은 첨예해지지만, 트럼프 행정부처럼 미국이 아시아 우방국들에게 '반중 동맹'에 참여하라는 일방적인 강요는 자제할 것이라는 우리에게는 '우려반 기대반' 섞인 관측이다.

하지만 안보분야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에 '양자택일'을 강요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안보·군사·경제 등 전(全) 방향으로 치닫고 있는 미중 갈등 수위에 따라 한국 외교가 크게 휘둘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중 사이에 휘둘렸던 박근혜 정부 반면교사 삼아야

한국으로선 지난 박근혜 정부 때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중국 견제' 전략에 크게 휘둘린 적이 있어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2014년 3월 한일 간 앙금이 여전한 상황에서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계기 한미일 3국 정상회의를 추진했고, 그 자리에서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를 논의했다.

이어 4월 '세월호 참사' 와중에 열린 오바마 대통령 방한 때 한미는 한국형미사일방어(KAMD)를 통한 MD의 한미 '상호운용성' 합의, 한일 지소미아 협정의 기초가 되는 한미일 정보공유 합의를 이끌어냈다.

한미일 3각 동맹의 급속 진전은 같은 해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으로 전기를 맞게 된다. 정부로서도 한미·한중외교의 균형을 맞출 필요성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듬해 9월 박 전 대통령이 중국의 항일전쟁 전승일을 기념해 중국을 방문, 톈안먼 망루에 올라 시 주석 옆에서 군사퍼레이드를 관람한 것이 문제였다.

워싱턴 정가를 중심으로 '중국 경사론'이 급속히 퍼지면서 박 전 대통령은 10월 워싱턴을 방문해 이를 서둘러 수습해야 했다. 이후 12월 한일간 위안부 합의가 이뤄졌고, 이듬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을 공식화했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미중 간 '주도적 외교'로 포장을 했지만 돌이켜보면 미중의 거센 압박에 휘둘리며 극단적 외교로 균형을 맞춘 '혼란의 시기'였다. 당시 한일양국을 끌어들여 중국을 압박했던 미국 민주당이 다시 정권을 잡음에 따라 앞으로 한미 동맹을 고리로 한국의 '반중전선' 참여를 압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동맹관리 3대 키워드…소통채널·바이든 '다자주의' 활용·원칙 외교

트럼프 대통령도 아닌 민주당 정권 하에서 한국 외교가 크게 휘둘린 전례가 있었음을 유념하고, 동맹 관리 차원에서 바이든 행정부 내 '긴밀한 소통 채널'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는 이날 "외교부는 바이든 진영 및 민주당 주요인사들과 직간접적으로 소통해왔다"며 "우리는 그간 구축해온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통해 한미동맹 강화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바이든 캠프 외교정책고문인 커트 캠벨, 미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바이든 후보와 깊은 인연을 맺었던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부장관, 브라이언 매키언 전 국방부 수석부차관,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회장 등은 바이든 당선자의 최측근이고 북핵 등 한반도 현안을 잘 이해하고 있어 소통채널 확보에 있어 핵심 인물로 꼽힌다.

두 번째는 바이든 당선자가 선호하는 '다자주의'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바이든 당선인의 외교정책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기초한 보호무역과는 대비되는 '다자주의'로 대표된다. 우방국과의 관계도 한미방위비분담금 협상과 같이 미국의 국익을 내세우며 일방적으로 압박하는 기존 전략에서 탈피해 다자적 안보체제·통상질서와 원칙을 강조하는 정책으로 전환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게 될 경우 미중이 국익에 따라 한국을 압박하더라도 한국에 우호적인 국가를 다수 확보해 '다자적 해결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게 외교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특히 신남방·신북방 외교를 통해 미중 의존도를 낮추고, 국제적 갈등 현안에 있어 '다자적 리더십'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재건될 것으로 관측되는 TPP(환태평양경제협정) 뿐 아니라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에도 적극 참여해 미중 사이에서 '균형자 외교'를 주도적으로 펼칠 수도 있다. 한미-한중 양자관계에서 껄끄러울 현안들은 다자기구를 통하면 같은 입장에 있는 국가들과 연합할 수 있고, 역내 국가들의 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어 미중 갈등에 따른 부담을 다소 완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미중 갈등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원칙외교'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미중 양국이 명분상 반대할 수 없는 국제질서에 대한 원칙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 당시 남중국해 문제를 두고 미중이 첨예하게 맞설 때 한국 정부는 '항행의 자유'와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동시에 내세우며 중립을 고수한 바 있다. 당시 중국 정부는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건설하면서 '분쟁 당사국간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고, 미국의 반대 논리는 '항행의 자유'였다.

우리 정부는 미중간·분쟁당사국간 무력 충돌을 막고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중립적인 원칙론'을 내세우면서,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갈등에서 한발짝 물러서 있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