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내년부터 전면 단속 실시
구 전역으로 금연구역 확대 방침
일부 흡연자는 반대의견 내지만
헌법소원에서도 금연권 우선해
[파이낸셜뉴스] 서울 서초구가 양재동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동 전체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건 전국 최초 사례로, 성실납세자인 흡연자가 설 자리가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초구는 일부 흡연구역을 설치해 최소한의 흡연권을 보장한다는 입장이지만 이외 구역에선 사적 공간을 제외하곤 예외 없이 흡연이 허용되지 않는다.
서초구가 양재동 전역을 금연구역으로 선포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단속에 나선다. 동 전체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건 전국 최초다. fnDB
■금연구역 지정··· "확대할 것"
11일 서초구에 따르면 양재동 전역에서 내년 1월 1일을 기해 흡연 단속이 실시된다. 서초구가 양재동 전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데 따른 것이다.
서초구는 제도 시행에 앞서 지역주민과 흡연단체의 의견을 청취하고 충분히 평가했다는 입장이다.
일부 지역을 금연구역으로 정해 단속할 경우 금연구역 외엔 흡연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전면 금연구역 지정으로 인식을 전환할 수 있다는 게 이점으로 꼽힌다. 흡연자들이 단속을 피해 이면도로로 이동해 흡연하는 사례도 크게 줄 것으로 서초구는 기대하고 있다.
최소한의 흡연권 보장을 위해 양재1동과 2동엔 각 15곳씩 흡연이 가능한 장소를 지정했다. 금연이 기본이란 점을 분명히 했을 뿐 흡연 자체를 금지하는 건 아니란 것이다.
주민들은 외지인 이동이 잦은 지역에서 간접흡연과 쓰레기 발생 등으로 인한 문제가 해소된다며 환영의 입장이다.
구민 이모씨(35)는 “매일 출근길에 보면 오피스텔 앞에 담배꽁초가 장난이 아니다”며 “주민들이 피면 그러려니 할 텐데 큰길에서 들어와서 피고 나가니까 화가 나더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정책 시행에 앞서 서초구가 진행한 현장조사에서도 주민 80% 가량이 동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데 찬성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주민들과 흡연자들을 모셔서 사전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청취했고 충실히 준비했다"며 "기존 금연정책은 단속장소만 벗어나서 흡연하는 부작용이 컸는데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초구는 양재동 이외 방배동, 서초동, 반포동, 잠원동까지 서초구 전체를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해나갈 방침이다.
PC방과 음식점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는 등 사회적으로 화제가 된 2013년 당시 국내 최대 흡연자 커뮤니티 아이러브스모킹이 "흡연실을 설치해달라"며 집단행동에 나선 모습. fnDB
■설 곳 잃은 흡연자들··· "반감은 있지만"
모두가 전면 금연구역 지정을 반기는 건 아니다. 일부 흡연자들은 전면 금연구역을 선포하는 걸 위협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금연구역에서 흡연하는 행위를 단속하면 될 걸 모든 곳을 금연구역으로 확대해 선포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담배 판매액 중 상당 금액을 세금으로 활용하면서도 흡연자를 위해 쓰이는 건 얼마 되지 않는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회사원 장모씨(50대)는 “회사에서도 담배 피는 걸 조사해서 고과에 반영한다는 소문이 돌아 스트레스를 받는데 구청에서까지 담배를 마약처럼 취급해 황당하다”며 “흡연자들이 내는 세금이 어마어마한데 그 돈은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회사원 주모씨(29)도 "집에서도 담배를 못피는데 동네 흡연실까지 멀리 걸어가서 피고 다시 들어온다는 게 현실적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건물마다 흡연실을 설계하지 않은 상황에서 동 전체 금연은 너무 일방적인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간 흡연권을 강조해온 단체는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서초구 사전 간담회에 흡연자 대표로 참석한 이연익 아이러브스모킹 대표는 "그동안 비흡연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흡연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의견을 전달해왔다"며 "공공장소가 금연구역이 됐다고 해도 흡연자들이 불편하지 않게 흡연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됐기에 더 반대하진 않는다"고 전했다.
지난 십 수 년 간 흡연자가 설 자리는 꾸준히 줄어왔다.
정부는 국민건강증진법을 통해 음식점과 PC방 등을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했고 헌법재판소는 업주들이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관련 법령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흡연권보다 혐연권이 우선한다는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해당 조항은 청소년과 비흡연자의 간접흡연을 방지하고 국민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흡연 금지로 인한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공익 효과는 매우 크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갖췄다"고 판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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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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