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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무리였나…금감원, 현직 CEO만 감경한 배경은

박정림 KB證 대표, 직무 정지→문책 경고로 임기 시점 등 고려된듯…사후노력 적극해명 김성현 대표, 공모주 차별배정 중징계 피해 이전 징계사례 없어 '중징계까지 무리' 판단

역시 무리였나…금감원, 현직 CEO만 감경한 배경은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라임 판매 증권사 3차 임시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린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KB 증권 임직원이 대기하고 있다. 2020.11.10.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류병화 기자 = 라임 증권 판매사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에서 현직 최고경영자(CEO)들이 징계 수위를 감경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정림·김성현 KB증권 각자대표는 각각 라임 사태가 임기 초반에 벌어진 일이라는 점, 이전에 징계 사례가 없었다는 점, 사후 예방조치를 하려 했다는 점 등이 감안돼 양형이 낮춰진 알려졌지만, 금감원이 시장에 '일벌백계'의 시그널을 전달하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벌써부터 금융위원회에서는 금감원의 감형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일 제3차 라임 제재심을를 열고 검사 결과 조치안을 심의해 박정림 KB증권 대표의 징계 수위를 기존에 사전통보한 직무정지에서 문책경고로 한 단계 낮춰 결정했다. 공모주 차별 배정 등 별도 안건으로 제재 대상이 된 김성현 KB증권 대표도 기존 '문책경고'에서 '주의적경고'로 경감됐다. 김병철 전 신한금투 대표 또한 '주의적경고'로 낮춰졌다.

제재심에 올라 있던 전현직 CEO 6명 가운데 3명이 감경 조치된 것으로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정림 KB증권 대표는 감경 받았지만 여전히 중징계에 해당돼 연임이 어려워질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직무정지에서 문책경고로 감경돼 추후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에서 한 번 더 징계 수위 경감을 노려볼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그러나 금융위 관계자는 "금감원의 감형으로 이쪽에서 내릴 수 있는 선택지가 매우 좁아졌다"며 "경징계로 내릴 만한 사안인지는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현 대표는 주의적 경고로 낮춰지며 중징계를 피했다. 김 대표가 받은 주의적 경고는 경징계 조치에 해당돼 금융감독원장이 징계를 확정할 수 있다.

제재심에서 KB증권 현직 CEO들과 김병철 전 신한금투 대표의 징계 수위가 한 단계씩 낮아진 것은 모두 대표 임기 초반에 발생한 사태라는 점이 감경 요소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김성현 대표는 라임과 무관하게 호주 부동산 펀드를 가입한 고객들에게 공모주를 차별 배정해 징계 대상에 올랐지만 이전에 공모주 차별 배정(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사례가 없어 중징계를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KB증권 검사 결과 라임 펀드 부실을 인지하고도 판매에 나선 것으로 봤다. 이 시기는 지난해 1~3월로, 박정림 대표 임기 초반에 해당돼 감경 여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함께 감경된 김병철 신한금투 대표도 지난해 3월 취임해 임기 전 라임과의 공모가 발생했다는 점이 감경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금감원 분조위는 라임과 신한금투가 2018년 11월 주요 투자자산인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 펀드의 부실을 인지한 이후 부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운용방식을 변경해 가면서 펀드 판매를 지속한 것으로 파악했다.

박정림 대표와 김병철 대표 이전에 회사를 이끈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는 모두 사전 통보와 마찬가지로 '직무정지' 결정이 내려졌다.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도 직무정지를 받았다.

구성훈 전 삼성증권 대표 또한 제재심에서 유령 배당 사태 당시 임기 초반이라는 점이 참작되며 기존 '해임권고'에서 '직무정지'로 징계 수위가 낮춰진 바 있다.

역시 무리였나…금감원, 현직 CEO만 감경한 배경은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라임 판매 증권사 3차 임시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린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KB 증권 임직원이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2020.11.10. chocrystal@newsis.com
또 현직 CEO 임기와 라임 사태 연루 의혹 시기가 맞아떨어지지 않으면서 CEO를 주요행위자로 특정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KB증권 측은 제재심에서 사후 구제 노력, 리스크 관리 등을 설명해 적극 반박에 나섰다.

증권사 CEO 30여명은 지난 1차 제재심에 앞서 징계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금감원 등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탄원서에는 '내부통제 미비를 사유로 CEO에 책임을 묻는 것은 과한 징계'라는 내용이 담겼다.


금감원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관련 은행장에 대해 내부통제 감독자로 봤으나 라임 사태 증권사 CEO에 대해서는 은행보다 조직이 작아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행위자로 판단했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는 보고 받는 위치에 있는 대표이사를 행위자로 보면 조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탄원에 참여한 한 증권사 대표이사는 "조직의 위계질서가 있는데 CEO를 모두 행위자로 보면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보고 탄원에 나선 것"이라며 "KB증권의 한 사례만 놓고 탄원에 나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에 감경됐다고 하더라도 금감원의 기조가 유지될 수 있어 전반적인 차원에서 탄원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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