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첫 여성 부통령에 오르게 된 카멀라 해리스가 7일(현지시간) 델러웨어주 윌밍턴 체이스센터에서 당선 승리 연설을 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캘리포니아에서 버스로 통학하는 공립학교 어린 소녀가 인종차별로 상처를 입었다. 그 어린 소녀가 바로 나였다."
지난해 6월 27일 미국 민주당 첫 대통령 후보 토론회. 카멀라 해리스는 당시 가장 유력했던 후보 조 바이든을 가차없이 몰아세우며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바이든이 의원 시절 공화당과 연대해 반대했던 버싱(Busing) 관련 법안이 어린 흑인소녀에게 얼마나 잔인한 것이었는지 분노를 삼키며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20명이 넘는 후보가 난립했던 그 무렵 주인공은 단연 해리스였다.
카멀라는 산스크리트어로 연꽃을 뜻한다. 사실 바이든이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의 이름을 정확히 발음할 줄 아는 이는 많지 않았다. 해리스가 자신의 트위터에 캐멜라, 커멀라, 카멜라가 아니라 카멀라 발음이 맞다는 동영상을 올렸을 정도다. 카멀라는 힌두교 최고신인 비슈누 아내 락슈미의 별칭이기도 하다. 락슈미는 지혜, 지식, 성공을 얻도록 돕는 여신이다.
행운을 주는 여신의 이름과 달리 검사 출신의 그는 '상대의 내장도 발라버릴 사람'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그를 쫓아다닌 별명이 전사다. 부통령 후보 지명 첫 연설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겨눴다. "대통령직에 맞지 않는 사람을 뽑아 미국이 누더기로 전락했다." 트럼프는 그런 그를 "미친 여자(mad woman)"라 불렀다. 브렛 캐버노 대법관 청문회 당시 해리스의 공격은 칼날 같았다. 트럼프가 치를 떨었다.
그는 전형적인 소수인종의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하지만 걸어온 인생 전체는 편견·차별·불의를 상대로 한 끊임없는 싸움의 연속이었다. 바이든의 대통령 당선으로 부통령에 오르게 된 그는 여성·흑인·아시아라는 3중 유리천장을 뚫은 첫 인물이 됐다.
그의 지난 7일(현지시간) 승리 연설은 지금도 화제다. "여성 부통령은 내가 마지막이 아닐 것이다. 야심을 가지고 꿈을 꿔라. 확신을 가지고 리드하라." 세계의 소녀, 소년들 모두 뭉클했을 것 같다.
jins@fnnews.com 최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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