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한·일 갈등 톱다운 방식으로 풀 적기다

[fn사설] 한·일 갈등 톱다운 방식으로 풀 적기다
문재인 대통령(화면 위 오른쪽)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아세안+3' 화상 정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화면 위 왼쪽)가 문 대통령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최근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고위 인사들이 일본을 향한 관계 개선 메시지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13일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대표가 번갈아 한·일 정상회담 필요성이나 시급성을 강조했다. 14일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화상으로 진행된 '아세안+3' 정상회담에서 스가 요스히데 총리만 콕 집어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말을 건네면서다. 최근 박지원 국정원장이 방일하는 등 당·정·청의 입장이 일본과 각을 세우던 올 상반기와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문재인정부의 자세 전환이 만시지탄이지만 바람직하다. 작금의 동북아 안보지형을 감안하면 그렇다. 미·중 갈등이 격화일로인 데다 북한조차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려 하고 있어서다. 더욱이 북·중·러 삼각동맹이 부활하려는 기미인데 한·일이 등을 돌리고 있어선 피차 손해다. 특히 한·미·일 공조가 무너지면 중국의 일방주의에 흔들릴 위험도 커지게 마련이다. 중국 정부가 13일 삼성전자와 계열사 임직원 200명을 태운 우리 전세기 운항을 사전 통보도 없이 취소한 게 그 징후다. 지난 5월 한·중이 합의한 기업인 패스트트랙(입국절차 간소화) 제도를 일방적으로 무시했다는 점에서다.

마침 미국이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다. 동맹을 중시하는 조 바이든 당선인은 한·일 협력 중재에 적극성을 보일 개연성이 다분하다. 과거 오바마 정부가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과 위안부 합의를 직간접으로 압박했던 것처럼 말이다. 일본도 내년 도쿄올림픽 성공에 목을 매고 있는 지금이 한·일 관계를 복원할 적기인 셈이다.

다만 이를 위해 강제징용 배상 문제라는 늪에서 여하히 빠져나오느냐가 관건이다. 한·일 양측이 피차 자국 여론을 의식해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이어서다.
일본이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해제하고, 한국이 징용기업의 한국 내 자산 현금화 조치를 유예하는 방안이 타협책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이 역시 정상 간 톱다운 방식의 결단이 필요한 과제다. 한·일 양국이 상황에 이끌려서가 아니라 상생의 미래를 함께 연다는 자세로 가급적 빨리 정상회담을 갖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