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빌딩 활용 탈세 실태
올 3분기 거래량 355건 47% 급증
부정확한 시세로 편법 상속·증여↑
2018년 미성년자 548억 임대소득
국세청 "탈세 무관용… 엄정 대응"
비거주용 일반건물(꼬마빌딩)의 정확한 시세가 없다는 점을 이용해 세금을 덜 내고 자녀에게 상속·증여하려고 했던 이가 있다면 그 계획은 취소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처음으로 꼬마빌딩의 실제 시장가격을 평가해 제값에 부합하는 상속·증여세를 물리기 시작한 국세청이 내년엔 해당 예산을 2배 이상 늘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감정평가 건수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공평과세를 강조해온 김대지 국세청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부정확한 시세가 가장 큰 매력?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꼬마빌딩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중소형 빌딩 전문중개업체인 리얼티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3·4분기(7~9월) 1000억원 미만의 중소형빌딩 거래량은 35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41건)보다 47% 급증했다. 올 상반기 거래량 388건에 육박한다. 금액 기준으로는 지난해 같은 분기(1조9400억원)에 비해 47% 증가했다. 2017년 1·4분기 후 가장 많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고강도 주택시장 규제로 상업용 부동산의 수요가 커졌다고 본다.
실제 '제로 금리'에 가까워진 정기예금 금리에 비해 꼬마빌딩 수익률은 여전히 3%대를 기록 중이다. 게다가 매입을 위한 대출 문턱이 아파트보다 낮다. 아파트는 9억원 이상일 경우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의 20%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고, 15억원이 넘으면 전액 현금으로 매수해야 한다. 하지만 꼬마빌딩은 은행에서 담보가치의 7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법인 명의로 매입하고, 장기 보유할 경우 양도세도 줄어든다.
그러나 자산가들이 꼽는 꼬마빌딩의 최대 장점은 증여 시 세금을 덜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상속·증여세를 계산할 때는 매매사례를 통해 확인된 현 시가를 우선 반영한다. 하지만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을 제외한 다른 부동산은 형태가 제각기 달라 유사 매매사례를 찾기 어렵다. 이 경우 국토교통부 공시가격이나 국세청 기준시가 등 보충적 방법으로 평가한다. 국세청은 비주거용 부동산 중 대형 오피스 등 집합건물은 일일이 개별 기준시가를 공시하지만 일반건물은 개별 가격을 공시하지 않고 다소 복잡한 방법으로 기준시가를 계산한다.
토지는 공시지가를, 건물은 면적(㎡)에 '㎡당 금액'을 곱해 가격을 산정하는 이원적 방식이다. 이때 ㎡당 금액은 건물신축가격기준액, 구조지수, 용도지수, 위치지수 등을 곱해서 산출되며 국세청은 매년 지수 등을 조금씩 조정한다. 이런 방식은 토지와 건물이 일체로 거래되는 시장에서 실제 가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이 탓에 적지 않은 자산가들은 이런 허점을 노려 세금을 덜 내는 방식으로 자녀에게 증여를 하고 있다. 지난해 상속·증여로 이전된 49조7000억원의 재산(상속 21조4000억원, 증여 28조3000억원) 가운데 건물과 토지의 비중이 각각 32.1%, 31.2%를 차지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세청, 감정평가 예산 163% 증액
이런 금수저 편법 상속·증여는 미성년자 부동산 임대소득에서 잘 드러난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전국 미성년자 2684명이 지난 2018년 벌어들인 부동산 임대소득은 총 548억8600만원이었다. 이 중 44.3%인 243억2300만원이 강남 3구 미성년자 몫이다. 강남 3구 미성년자의 부동산 임대소득은 전년 대비 15억200만원 증가했다. 1인당 월평균 임대소득은 214만원 수준이다. 심지어 8세 미만의 미취학 아동 342명도 본인 소유의 부동산을 통해 56억9900만원을 벌었다. 용 의원은 "미성년자의 부동산 임대소득 증가는 탈세 목적의 편법 상속·증여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과세당국의 엄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세청이 감정평가 사업예산을 올해 19억3900만원에서 내년 51억200만원으로 163.1% 증액 편성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취임 이후부터 줄곧 '공평과세'를 강조해 온 김대지 청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김 청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세무조사 건수는 줄이는 반면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의 변칙적 탈세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겠다는 뜻을 강조해왔다. 실제 국세청은 올해 코로나19 등 여건을 감안해 세무조사 건수를 2000여건(2019년 1만6008건→2020년 1만4000여건) 줄이기도 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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