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청정제주 송악선언 실천조치 2호’ 발표
호랑이·사자 동물테마파크로 사업변경 ‘제동’
제주동물테마파크 조성사업 반대 측이 16일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제주동물테마파크 조성사업 예정지 앞에서 현장을 방문한 이상봉 제주도의회 제주도 대규모 개발사업장에 대한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에게 사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2019.7.16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fnDB
【제주=좌승훈 기자】 경관 사유화와 환경 훼손 논란을 빚고 있는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에 이어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도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15일 ‘송악선언’ 실천 조치 2호를 발표하고,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에 대해 “지역주민, 람사르 습지도시 지역관리위원회와 진정성 있는 협의를 하지 못하면, 사업 변경을 승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 사실상 반대
원 지사는 이날 제주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코로나19 상황에서 외래 동물종 도입이 청정 제주의 미래 가치에 맞는 것인지, 제주 생태계의 보호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라며 사실상 사업 변경 승인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원 지사는 앞서 지난 10월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 때도 이 같은 입장을 밝렸다. 이에 따라 외래 동물종 도입을 추진하는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은 근본적인 사업 내용 변경 없이는 사실상 추진이 불가능하게 됐다.
15일 '송악선언' 2호 조치를 밝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이는 지난 10월25일 난개발 논란에 마침표를 찍겠다고 천명한 ‘청정 제주 송악선언(다음 세대를 위한 제주의 약속)’의 후속조치로 이뤄진 것이다.
원 지사는 당시 ‘송악선언’을 통해 ▷송악산 뉴오션타운 ▷중문관광단지 주상절리 인근 부영호텔&리조트 ▷오라관광단지 ▷제주동물테마파크 ▷비자림로 확장 ▷제주헬스케어타운 등 6개 개발사업을 직접 거론하며 “청정과 공존의 원칙을 적용해 적법 절차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동물테마파크는 대명그룹 ㈜대명홀딩스의 자회사인 ㈜제주동물테마파크가 1684억원을 들여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곶자왈 인근 58만1841㎡ 부지에 사자(30마리)·호랑이(10마리)·불곰(12마리) 등의 맹수 관람·체험시설과 글램핑장, 호텔(78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당초 제이에이에프(JAF)가 말·돼지와 같은 애완동물 중심의 테마파크를 조성하겠다며 2007년 사업 승인을 받았지만 재정난에 부딪혀 공사가 중단됐고, 2016년 대명그룹 측이 사업계획안을 인수하면서 맹수와 외래종 동물 500여마리를 관광 상품화하는 내용으로 변경해 2017년부터 재추진되고 있다.
■ “외래동물 도입, 제주 생태가치와 맞나”
해당 사업은 현재 개발사업심의위원회의 심의와 도지사의 최종 승인을 남겨두고 있다.
앞서 제주도는 도시·건축공동위원회의 검토를 통해 2018년 11월16일 ‘지역주민 및 람사르습지도시 관계자와 협의해 진행할 것’을 조건으로 계획을 승인했다.
이어 2019년 4월과 12월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 변경에 따른 환경보전방안 검토 단계에서는 사업자 측에 ‘반대대책위 주민, 람사르 습지도시 지역관리위원회와 협의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제주동물테마파크 조감도
하지만 사업자는 최근까지도 지역주민과 람사르습지도시 지역위원회와의 진정성 있는 협의를 진행하지 못한 상태라고 도는 전했다. 또 개발사업을 두고 주민들이 찬반으로 나뉘면서 갈등의 골만 깊어진 상황이다.
더욱이 사업 예정지인 선흘리 일대는 국내 첫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과 함께 곶자왈지대가 광범위하게 자리 잡은 지역이며, 2018년 세계 처음으로 ‘람사르 습지도시’로 지정됐다.
원 지사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외래 동물종 도입이 청정제주의 생태적 가치와 조화될 수 있는 것인지 신중하게 다루어야 할 것”이라며 “주민협의 조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는 더 이상의 변경승인 절차 진행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 절차 준수 차원에서 향후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최종 승인권자로서 이 같은 문제들을 철저히 검토해 개발사업 변경 승인여부를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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