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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학교 전국·우선선발과 지필 유지…"고교서열화 해소 미흡"

과학고와 선발시기 통일 못해…교육부 "수험생 신뢰 차원" "지필, 중학교 교육과정으로 대비 못해…사교육 우려 여전" 자사고·외고는 폐지했는데…공립 영재학교 우선선발 유지

영재학교 전국·우선선발과 지필 유지…"고교서열화 해소 미흡"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유은혜(왼쪽 네번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2019.11.07. dadazon@newsis.com
[세종=뉴시스]이연희 기자 = 교육부가 현재 중2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22학년도 입시부터 영재학교 중복지원을 금지하고 지필평가 영향 완화, 지역인재 선발을 확대하도록 하는 골자의 영재학교·과학고 입학전형 개선방안을 16일 발표했지만 교육계에서는 고교서열화를 해소하기에는 미흡한 방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영재학교가 과학고·자사고 등보다 앞서 수학·과학 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을 미리 선발하며 전국단위로 학생을 모집하는 핵심은 그대로라 고입 경쟁 과열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정의당 정책위원회 정연욱 의장은 이날 논평을 통해 "모든 고등학교 중에서 가장 먼저 입시를 치르는 패턴은 변함 없다"며 "학교간 서열화나 과도한 경쟁은 해소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2025년 이후에는 영재학교만 전국단위 모집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러면 수도권 등 특정지역 편중이 여전할 수 있다"면서 "교육부가 지역인재 선발을 확대한다고 밝히지만, 규모를 특정하지 않았다. 전국단위에서 광역단위로 바꾼 후 사회통합전형에 한해서만 전국단위로 두는 방안도 있을텐데, 그마저도 도입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과학고와 영재학교의 지원시기를 일원화하는 방안도 이번 개선방안에서는 빠졌다. 교육부는 중장기적으로 일원화해 영재학교와 과학고 중복지원, 영재학교를 탈락한 학생이 과학고에 진학하면서 생기는 서열화 문제를 해소할 방침이다.

이상수 교육부 학교혁신지원실장은 "과학고와 영재학교 간 중복지원을 금지할 때 가져올 파급효과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영재교육진흥위원회 의견수렴 과정에서도 당장 영재학교 입시를 준비 중인 학생들을 위해 신뢰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영재학교 입시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2단계 지필평가도 폐지하는 대신 객관식·단답식 문항 영향력을 문항 비율 기준 30% 이하로 낮추고 문항 수를 축소하는 수준에 그쳤다. 대신 문제풀이 과정 등 열린 문항을 출제하도록 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논평을 통해 "영재를 선발하는데 모두가 뛰어난 가운데서 더 뛰어난 영재를 선발하는 지필고사에 의존하게 되면, 갈수록 시험 문제만 어려워져서 영재성은 사라지고 고도의 사교육에 의해 훈련된 기계와 같은 아이들로 자라게 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2단계 평가를 창의성과 문제해결력, 종합적 사고력을 평가하는 문항으로 개선한다는 방향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방안이라 볼 수 없다"며 "전국의 영재학교 입학전형에서 그대로 쓰고 있던 문구이고 중학교의 정상적인 교육과정으로 대비할 수 없어 대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별도의 사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김혜림 고교교육혁신과장은 이에 대해 "지금은 중복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1단계 서류평가 지원자가 많아 평가 실효성이 떨어지지만 중복지원을 금지하면 심도 있는 서류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2단계 지필평가 외에 1단계와 3단계 평가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영재학교 8개교 중 3개교가 서울·경기·인천에 위치한 상황에서 수도권 영재학교의 경쟁률이 더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25년부터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 역시 대학입시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수도권 학생들이 영재학교 입시에 미리 대비할 것이란 우려다.

실제 전국 영재학교 재학생의 70% 이상이 수도권 출신이며, 올해 신입생 72.5%가 수도권 출신 학생이다. 중복지원을 금지할 경우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진학하기 위한 경쟁이 더 심해질 것이란 예상이다.

사걱세는 "영재학교 선발 방식을 전국 단위에서 광역단위 선발로 전환해야 한다"며 "과학고와 같이 출신중학교 지역 내로 제한해 타 지역의 영재교육을 침범하지 않도록 조치하거나 광주과학고와 같이 50% 이상 지역인재를 우선선발하도록 확실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율형 사립고, 외국어고 폐지 방침과 달리 이공계 고교서열 정점에 있는 영재학교에는 과감하게 칼날을 대지 못했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현재 영재학교 8개교 중 7개교는 공립이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육전문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성역으로 일컬어지던 영재학교의 입학제도를 개선한 점은 평가할 만 하다"면서도 "이공계에서 계층배경 없이 공교육 정상적으로 이수했다고 해서 들어갈 수 없는 구조적 문제는 자사고, 외고와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립학교이기 때문에 결국 교육당국의 의지 문제"라며 "영재학교와 과학고의 필요성을 인식하더라도 개방형 네트워크나 위탁형 발굴 방식으로 강력하게 재편하고 대신 교육과정에서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근본적으로 재구조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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