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銀지점장 펀드판매 자격증 의무화… 금융당국 책임 떠넘기기?

당국 추진에 일부 은행 취득 지시
"수백건 판매 상품 다 챙길수 없어
책임 회피 위한 행정편의적 규제"
판매책임 맡은 은행권 불만 커져

금융당국이 은행 지점장, 팀장 등을 대상으로 '펀드판매 자격증 취득 의무화'를 추진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사태의 책임을 금융당국의 관리감독보다는 판매사의 불완전 판매로 돌리기 위한 책임 떠넘기기이자,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6월 발표한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표준 영업행위 준칙' 중 임직원 및 관리감독자 자격에 대한 은행권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DLF, 라임 펀드 등 사모펀드 사태가 사회적 문제가 되자 지난해 12월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투자협회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이와 관련된 세부 내용 등을 마련해 일차적으로 지난 6월 발표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금융투자협회, 일부 은행, 증권사, 자산 운영사들이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은행 중에서는 신한은행, 국민은행, 농협은행이 포함돼 있다.

은행들이 고난도 상품 판매 영업행위 준칙 중 지난 몇 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부문은 임직원 자격요건이다.

준칙에서는 자격 요건을 갖춰야 하는 임직원의 범위를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 관련 전략을 수립하는 직원 △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직원 △각 책임자(전결기준에 따른 결정권자)로 정했다.

은행들은 각 책임자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가에 명확히 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일선 지점장들도 자격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전달했다"며 "파생상품 관련 자격증을 일괄 취득하라는 지시도 내렸다"고 말했다.

실제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은 일선 영업장의 지점장 및 팀장들을 대상으로 '파생상품 투자권유 자문인력' 등 일부 금융자격증 취득을 지시했다.

이로인해 현장에서는 반발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점장이 반드시 금융투자 상품 판매 자격증을 보유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발이다. 내부 관리감독을 절차에 맞게 판매 수칙을 지키면 되는 거 아나냐는 게 일선 지점의 주장이다.

시중은행 한 지점장은 "금융당국의 지시대로 하면 적립식 펀드 월 10만원 납입의 금융투자 상품을 판매해도 지점장이 일일이 다 챙겨야 한다"며 "한 달에 수 백건의 금융투자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지점장이 모든 것을 다 들여다 볼 수는 없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은행권에서는 현장을 모르는 규제라고 입을 모은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사모펀드 사태를 막기 위해 판매 규제만 강화하면 된다는 행정편의주의적인 시각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며 "규제로 이슈를 덮으려는 전형적인 금융당국의 수법"이라고 전했다.

은행권은 자격증 대신 관련 사내 교육 이수, 해당업무 경력 등도 자격조건으로 인정해달라는 의견을 제출한 상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은행권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검토중"이라며 "조만간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