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박희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이달 화이자에 이어 획기적인 코로나19 백신을 선보이면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가 머지않아 끝난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백신은 올해 말부터 유통될 전망이나 안전성과 생산 문제를 고려했을 때 일반인이 쉽게 구하려면 최소 내년 1·4분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모더나는 16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자사가 개발한 백신 후보물질 'mRNA-1273'의 3차 임상 중간 집계 결과 94.5%의 면역 효과를 냈다고 밝혔다. 스테파네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는 "백신이 코로나19를 예방하는데 94% 이상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게임 체인저"라고 평가했다.
■효과 좋고 보관하기 쉬워
앞서 모더나는 7월 27일부터 미국 89개 도시에서 3만명의 참가자를 동원해 백신 출시 전 마지막 임상시험인 3차 임상을 진행했다. 모더나는 참가자 절반에게 mRNA-1273를 투여하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가짜약(식염수)를 투여한 뒤 참가자에게 무슨 약을 투여했는지 알리지 않았다. 모더나와 미 의료 당국은 참가자들이 자연스레 코로나19에 걸릴 때까지 기다렸고 환자가 95명이 되었을 때 중간 결과를 집계하고 151명이 되면 최종 결과를 집계하기로 했다. 모더나는 16일 발표에서 중간 집계 결과 환자 90명이 가짜 약을 받았고 백신을 접종받고도 코로나19에 걸린 경우는 5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미 식품의약국(FDA)는 코로나19 백신이 사용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최소 50% 이상의 면역 효과를 내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모더나 백신의 효과는 최저 기준을 2배 가까이 웃돌 뿐만 아니라 지난 9일 발표된 화이자 및 바이오엔테크의 경쟁 백신 임상 결과(90% 이상)보다 우수한 수치를 나타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나는 분명히 90% 이상의 효과가 있는 백신이 가능하다고 말했지만 이를 확신하진 않았다"며 "매우 인상적이고 고무적이며 신나는 결과"라고 말했다. 모더나는 16일 발표에서 가짜약을 받은 환자 집단에서 11명의 중증 환자가 확인됐지만 백신을 투여 받은 집단에서는 중증 환자가 1명도 없었다고 밝혔다.
모더나의 백신은 효과 외에도 보관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공동개발한 코로나19 백신 물질 'BNT162b2'는 접종 전까지 영하 70~80도에서 보관해야 한다. 반면 모더나는 자사의 mRNA-1273가 영상 2~8도에서 30일간 안정적으로 버틸 수 있다며 일반 독감 백신처럼 가정이나 병원에서 사용하는 평범한 냉장고로 보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백신 내년 1분기에 쏟아져
다만 모더나와 화이자의 백신 모두 생산과 보급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두 백신 모두 아직 중간 집계 단계이며 화이자는 감염자가 164명이 되면 최종 결과를 집계하기로 했다. 아울러 FDA에 백신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내려면 접종 이후 최소 2개월간 관찰 기간을 거쳐야 한다. 두 백신 모두 빨라야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나 긴급사용승인 신청이 가능하다.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HHS) 장관은 16일 미 경제매체 CNBC에 출연해 "복지부에 모더나와 화이자와 협업해 불필요한 관료제적 걸림돌을 없애기 위한 전담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과학과 증거, 법률에 따라 사용 승인이 나도록 확실히 살피면서 최대한 절차를 빨리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모더나와 화이자는 사용 승인에 대비해 물량 축적에 나섰으며 모더나는 올해 2000회 접종분을 미국에서 출하하고 내년에는 전 세계에 5억~10억회 접종분을 생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화이자는 올해 약 5000만회 접종분, 내년에 13억회 접종분을 생산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양사의 백신 모두 1인당 2회 접종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백신이 생산되더라도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현장 의료진과 질병 자체에 취약한 계층이 먼저 백신을 받을 것이라며 일반인들이 쉽게 백신을 구하려면 내년 1·4분기는 되어야 한다고 예상했다. 내년 1·4분기에는 모더나와 화이자의 백신 외에도 현재 3차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도 출시될 전망이며 마찬가지로 3차 임상 막바지에 들어간 미 존슨앤드존슨의 백신도 유통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시노팜과 시노벡의 코로나19 백신도 3차 임상에 들어갔다. 러시아 정부는 앞서 3차 임상을 건너뛰고 세계 최초로 사용을 승인한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V' 코로나 백신이 92%의 효과를 냈다고 주장했다.
한편 백신 가격은 제약사와 구입국 정부의 조건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모더나는 백신 가격을 1회 접종분당 32~37달러(약 3만5000원~4만원)로 하겠다고 밝혔고 화이자는 미 정부와 1회 접종분당 19.5달러(약 2만1000원)에 계약했다. 이와 관련해 아스트라제네카는 1회 접종분 가격을 3파운드(약 4300원)로 맞추겠다고 예고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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