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지자체 정략 접고
균형발전 차원 접근하길
김수삼 김해신공항 검증위원장이 17일 서울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 검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기존 김해공항을 넓혀서 쓰려던 계획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대신 부산 앞바다 가덕도에 신공항을 짓는 방안이 급부상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는 17일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 김해신공항 추진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로써 4년 전 박근혜정부가 절충안으로 제시한 김해신공항 안은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집권 더불어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을 힘차게 밀어붙이는 중이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반대하지 않는다. 내년 4월에 열리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의식해서다. 이어 2022년 3월엔 대통령 선거가 열린다. 가덕도 신공항 구상은 어느 때보다 가능성이 커졌다.
검증위 결론은 오락가락 비판을 면키 어렵다. 사실이 그렇다. 영남권(동남권) 신공항이라는 국가 백년대계가 정략에 휘둘렸다. 노무현 대통령은 남부권 신공항으로 '희망'을 띄웠다. 이명박 대통령은 영남권 신공항을 공약했으나 백지화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가덕도(부산)와 밀양(대구·경북·울산) 사이에서 기존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제3의 '묘수'를 냈으나 이마저 문재인 대통령이 뒤집었다. 보수·진보를 떠나 정치인들은 오로지 신공항을 두고 표 계산에 분주할 따름이다.
검증위 결론은 또한 영남 지역 갈등의 불씨를 되살렸다. 당장 권영진 대구시장은 1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아무 문제가 없다던 김해신공항이 갑자기 문제가 생기고, 가덕도로 옮기겠다는 천인공노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노했다. 검증위 말대로 김해신공항 계획에 하자가 있다면 다음 순서는 원점에서 신공항 후보지부터 다시 골라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과 부·울·경 지자체는 이참에 가덕도 신공항을 기정사실화하려는 기세다. 이 경우 부산·경남(PK)과 대구·경북(TK) 간에 또 한차례 큰 싸움이 벌어질 것임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쌈박질만 하다 허송세월하는 것이다. 정치권과 지자체에 당부한다. 이제라도 정략을 멈춰라. 감정 대립은 금물이다. 그래야 백년대계 신공항 프로젝트를 슬기롭게 추진할 수 있다. 국토 균형발전 차원에서 영남권 신공항은 설득력이 있다.
이 좁은 땅에서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사는 것은 누가 봐도 비정상이다. 인천공항 사례에서 보듯 24시간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대형 신공항은 상당한 인구 흡수 효과가 있다. 신공항을 선거 수단으로 이용하는 악습을 버리지 못하는 한 검증위 결론은 언제든 또 뒤집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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