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소수의 사람들에게 개별적으로 사실을 유포했더라도 명예훼손죄에 해당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9일 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강모씨에게 징역 4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강씨는 2018년 2월 전남 고흥군에 있는 경로당에서 이웃과 실랑이를 벌이다 옆구리를 발로 차 전치 4주의 늑골 골절상을 입히는 등 3명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2018년 3월 피해자 A씨 집 뒷길에서 자신의 남편과 A씨의 친척이 듣는 가운데 A씨에게 "저것이 징역 살다온 전과자"라며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1심은 강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2심은 폭행 피해자 중 1명이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한 것을 감안해 징역 4월로 감형했다.
대법원은 강씨가 피해자의 친척 앞에서 사실을 말한 것도 명예훼손죄에서 말하는 '공연성'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회부했다. 형법 307조 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대법원은 이날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을 인정하는 기존의 판례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대법원은 "명예훼손죄는 침해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아도 명예를 훼손할 위험성이 발생한 것으로 족하다"며 "소수의 사람에게 발언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초래한 경우에도 '공연히' 발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전파가능성 법리는 학계에서도 오랜 논쟁이 있어 왔으나, 대법원이 오랜 시간에 걸쳐 발전시켜 온 법리로, 현재에도 여전히 타당함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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