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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n사설] 항공 빅딜이 깨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해 봤나

 [fn사설] 항공 빅딜이 깨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해 봤나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결정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18일 신주발행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KCGI는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대주주로,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당사자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정부와 KDB산업은행의 통합 계획은 어그러진다.

 먼저 재벌에 대한 특혜 논란이 있다. 국책 산은이 왜 세금으로 재벌 기업을 지원하느냐는 거다. 산은은 한진칼에 약 8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 돈은 다시 계열사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인수하는 데 쓰인다. 겉으로 드러난 그림만 보면 분명 정부(산은)가 세금으로 대기업을 돕는 구조다.

 그러나 한가지 깊이 생각할 게 있다. 세상 누구도 문재인정부를 친재벌 정부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반기업 정책을 펴지 못해 안달한다고 보는 게 맞다. 정부와 민주당은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 등을 만지작거린다. 하나같이 재계가 기겁할 내용이다. 그런 문 정부가 왜 재벌특혜 논란을 무릅쓰고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카드를 꺼냈을까. 그만큼 항공업계 생존이 다급하기 때문이다. 양사 통합 결정은 지난 1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산경장) 회의에서 이뤄졌다. 같은 날 주무부서인 국토교통부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는 코로나 사태 속에서 항공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거꾸로 양사 통합이 불발에 그칠 경우 무슨 일이 일어날지 가정해보라. 산은은 내년까지 2개 국적항공사 체제를 가져갈 경우 4조원 넘는 혈세 투입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진해운 파산 사례에서 보듯 해운·항공과 같은 국가 기간산업은 함부로 포기할 수 없다. 고용도 문제다. 두 회사가 흔들리면 수천, 수만명의 일자리가 위태롭다. 어떤 정부도 이런 상태를 방치할 수 없다.

 양사 빅딜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가장 큰 기준은 코로나 사태라는 미증유의 위기 속에서 국내 항공산업이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두어야 한다. 재벌 또는 특정인을 향한 특혜라는 주장은 경청할 필요는 있지만 판을 뒤집을 만한 본질은 아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19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특혜는 재벌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항공운수업을 위한,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특혜"라고 강조했다. 이것이 이번 빅딜의 본질이다.

 외환·금융위기 때 사례를 봐도 대기업 구조조정은 단 한번도 수월하게 진행된 적이 없다. 워낙 이해가 첨예하게 맞서기 때문에 늘 반발이 터져나온다. 향후 코로나 사태가 어떻게, 얼마나 오랫동안 전개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으로선 최악에 대비하는 게 상수다. 인수·합병(M&A)을 통한 항공산업 재편은 세계적인 추세다. 구조조정 전문가인 산은이 단단히 마음먹기 바란다. 원칙이 흔들리면 죽도 밥도 안 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