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보건소 고발로 서초경찰서 수사
檢, 지난달 28일 의료법 위반 기소
法, 이달초 '권대희 사건'과 병합
"면허규제 등 근본적 변화 필요"
[파이낸셜뉴스] 환자 사망 이후에도 ‘14년 무사고’ 광고를 지속하다 처벌받은 성형외과 원장이 다시 불법광고를 해 처벌을 앞두고 있다. 이 의사는 마취된 환자를 두고 여러 수술실을 오가며 동시 수술을 집도한 이른바 ‘공장식 유령수술’로 2016년 스물다섯이던 권대희씨를 사망케 한 당시 집도의다.
사건은 권대희 사건 형사1심과 병합돼 내년 초 선고를 앞두고 있다.
법원이 무분별한 불법 의료광고가 판치는 실태에 경종을 울릴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이 지난달 성형외과 전문의 장모씨를 의료법 위반 혐의로 추가기소했다. 재판부는 사건을 권대희 사건과 병합해 심리키로 했다. fnDB
■'권대희 사건' 원장 불법의료광고 혐의 더해
21일 법조계와 보건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이 지난달 말 성형외과 전문의 장씨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서울 서초경찰서가 서초구보건소의 수사의뢰를 받아 장씨를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지 3개월여 만이다.
권대희 사건 형사1심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최창석 부장판사는 이달 초 사건을 권씨 사망사건과 병합해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선고는 내년 초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기관에 따르면 장씨는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유튜브 채널 3곳에서 불법 광고영상을 게재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성형외과 이름을 내건 채널 1곳과 마케팅 전문 채널 2곳 등에 부작용을 생략하고 수술 전·후를 비교하는 등 의료법이 금지한 광고영상을 게시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중 상당수 광고영상은 권대희 사건이 화제가 된 뒤 댓글을 달지 못하도록 설정된 것으로 조사됐다. 마케팅 전문 채널에 올라간 다양한 영상 가운데 해당 병원 광고에만 댓글을 달 수 없도록 한 점은 문제 광고가 비난받을 여지가 있다는 걸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
현행 의료법은 △치료경험담 △거짓이나 과장 △다른 의료인에 대한 비방 또는 비교 △의료행위 직접 노출 △부작용 누락 등의 광고를 불법으로 정하고 있다.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보건당국은 법원 판결에 따라 병원에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지만 병원이 지난 8월 폐업함에 따라 추가조치가 이뤄질지는 불분명하다.
서초구보건소는 지난 4월 이 병원 광고가 위법하다고 판단해 장씨를 의료법 위반 혐의로 서초경찰서에 고발했다. 이 고발건은 올해 서초구보건소가 불법광고로 관내 병원 의료인을 고발한 유일한 사건이다.
앞서 장씨는 지난 2016년 이 병원에서 수술 받은 고 권대희씨가 숨진 뒤에도 홈페이지에 ‘14년 무사고’ 광고를 걸었다가 벌금 100만원을 받은 전력이 있다. 턱수술과 광대수술을 광고하며 부작용을 명시하지 않고 환자 치료경험담을 노출한 부분도 불법으로 인정됐다.
보건당국은 이를 근거로 병원에 3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병원은 과징금 4050만원으로 대신했다.
이후에도 이 병원은 2019년 초 ‘14년 무사고’ 광고를 다시 내걸어 고발됐으나 검찰은 “고의가 없다”며 장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이에 유족은 올해 “처분이 부당하다”며 대검찰청에 사건을 진정했다.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에 배당됐으나 수달째 처리되지 않고 있다.
<본지 5월 1일. ‘[단독] 환자 사망에도 '무사고' 광고 처벌 無... 檢 과오 바로잡나’ 참조>
고 권대희씨 모친 이나금씨와 경희대학교 재학생 김도협씨가 지난 6월 경희대 서울캠퍼스 앞에서 무분별한 성형광고를 규탄하는 1인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권씨를 수술한 병원의 공장식 유령수술이 반인권적인 행위이며, 이를 제대로 기소하지 않은 검찰이 직무유기라고도 주장했다. 사진=김성호 기자
■넘쳐나는 불법광고... 의료소비자 무방비 노출
유튜브나 커뮤니티, 앱 등에서 불법 의료광고를 접하고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는 꾸준히 늘고 있다. 의료광고심의위원회에서 지난해 적발한 불법 의료광고만 2206건에 달한다. 업계에선 확인되지 않은 불법 광고 규모가 이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직전 3개월 간 일평균 이용자수가 10만명을 넘는 채널만 사전심의 대상이라 사각지대가 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문재식 변호사(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는 “광고를 접하는 방법이 다양해지고 광고량도 많아지면서 (환자가) 병원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광고를 기초로 병원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일부 성형외과는 따로 영업팀을 두고 일반인으로 위장해 적극적인 유인행위를 하고 이로 인해 의료사고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 변호사는 이어 “비전문가인 환자는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병원이 제공하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보 비대칭을 해결하기 위해 환자들끼리 공유되는 정보도 병원 측에 의해 오염되고 왜곡되는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불법 의료광고가 만연한 배경엔 2005년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이 자리한다. 1951년 국민의료법 제정 이래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 방침이던 보건당국이 헌재 판단 뒤 ‘원칙적 허용, 예외적 금지’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대법원 역시 “광고행위가 의료인의 직원 또는 의료인의 부탁을 받은 제3자를 통하여 행하여졌다고 하더라도 이는 환자의 소개·알선 또는 그 사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0도1763 판결)해 의료기관의 자율성을 넓게 보장하는 추세다.
일각에선 사법부의 이 같은 태도가 불법광고와 의료사고의 폐해가 큰 현실에 맞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권대희 사건을 비롯해 유령수술과 대리수술, 각종 수술 부작용 사례 등에서 피해자가 거짓·과장 광고를 보고 병원을 선택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문 변호사는 “광고를 보고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비극적인 사고를 당하는 일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행정 및 사법기관이 나서 불법 의료광고를 엄격하게 규제할 필요가 있다”며 “근본적으로는 의료법상 의료인의 허술한 면허규제를 강화하는 등 제도를 손봐 의료계의 윤리적 수준을 제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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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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