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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서식지에 풍력발전, 공존의 길 찾는다 [현장르포]

육백산 풍력발전 예정지
해발 1200m·평균풍속 6~7m/s
최적의 조건에도 9년 넘게 우여곡절
수익환원 등 지역민과도 상생 모색

멸종위기종 서식지에 풍력발전, 공존의 길 찾는다 [현장르포]
드론으로 촬영한 육백산 풍력발전단지 계획 부지
【파이낸셜뉴스 영덕(경북)=정상균 기자】 강원 삼척 육백산(해발 1244m) 꼭대기에는 평평한 땅이 넓게 펼쳐져 있다. 한반도에서 몇 곳 안되는 고지대 평탄 지형이다. 이곳은 그 옛날 조(粟) 600석을 뿌려도 될 만큼 넓다 하여 육백산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울창한 원시림에 깊은 계곡이 어우러진 육백산은 호랑이가 출몰하던 첩첩산중이다. 신갈나무 군락지와 하늘다람쥐, 삵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도 살고 있다.

육백산은 해발 1200m 고지대가 바람길이다. 평균 풍속 6~7m/s로 풍력발전에 적합하다. 이곳에 한국남부발전과 풍력전문업체 유니슨이 30㎿ 규모 국산풍력발전단지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일 삼척 도계읍에서 육백산 풍력발전 예정지로 가는 길이 전날 내린 비로 끊겼다. 전날 방문한 국내 첫 풍력발전단지 경북 영덕풍력발전(39.6㎿)부터 동행한 이영재 남부발전 풍력사업부장은 "육백산 조림지 비포장 길이 비로 팬 곳이 있고, 바람도 강해 사륜구동차로 올라가는 것도 위험하다"고 했다.

풍력발전은 풍황이 좋다고 해서 지을 수는 없다. 자연환경에 영향이 적어야 하고, 주민의 동의도 받아야 한다. 더구나 생태계보전지구이면 더 신중해야 한다.

육백산 풍력발전은 지난 2011년 풍황 조사로 첫발을 뗐다. 그러나 보존가치가 높은 평평한 고지대와 생태계 훼손, 경관상 악영향 우려 등으로 사업에 우여곡절이 많다. 발전단지와 인접한 마을 주민들도 찬반이 엇갈린다.

특히 육백산은 생태자원보호구역이자 국유림이다. 환경 문제로 여러 차례 풍력발전 설계계획이 변경됐다.

남부발전이 발전사업허가(30㎿, 15기)를 받은 것은 지난 2016년. 그러나 다음 해 이곳은 자연생태계 보존가치가 높은 생태자원 2등급에서 1등급 지역으로 상향됐다. 2018년 환경부는 지자체에서 신청한 풍력발전 환경영향평가도 반려했다. 멸종위기종 서식지 훼손, 주요 산림 생태축 관통, 한반도에서 희귀한 특이지형(고위평탄면) 등이 이유였다. 결국 남부발전은 그해 개발허가를 자진 취하했다. 그러나 여당과 정부가 지난해 육상풍력 활성화 방안(2019년)을 확정했다. 인공조림지 내 조건부로 풍력사업을 허용하는 게 핵심이다. 이에 맞춰 산림청도 국유림관리법 시행령을 개정, 현재 법제처 심사가 진행 중이다.

야당과 환경단체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서식지이자 천혜의 원시림에 짓는 육백산 풍력발전은 환경에 더 큰 피해를 주는 파괴행위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공동사업자인 유니슨의 박원서 풍력본부장은 "지금은 환경성을 고려해 설계변경을 검토 중이다. 이달 중에 개발행위 허가를 다시 신청할 것"이라고 했다. 남부발전은 육백산에 설치하는 풍력발전기를 대용량(4.2㎿) 5기를 포함, 15기(2017년)에서 9기로 줄였다.

풍력발전이 지속가능하려면 자연생태계 보존, 주민과의 공존이 가장 중요하다.

남부발전은 주민과의 상생방안을 모색 중이다. 주민참여형 사업으로 수익을 환원하고, 마을 주변을 풍력연계형 관광지로 조성하는 계획 등이다. 이상대 남부발전 사업본부장은 "풍력발전에 대해 국민들의 생각이 같을 수 없다.
지역주민과 공존하고 자연환경과 조화로운 풍력단지가 조성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육백산 풍력발전이 계획(30㎿, 9기)대로 인허가가 나면 2022년 준공된다. 사업비는 총 800억원. 연간 6만5700MWh 전기를 생산(이용률 25% 가정)하면 1만8250여가구가 쓸 수 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