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사진=서동일 기자
박정희 정권 시절 ‘재일동포 간첩단 사건’ 조작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최청교씨 삼형제와 그 가족이 국가로부터 손해를 배상받게 됐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이상주 부장판사)는 최씨 삼형제 일가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정부가 총 37억여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는 국민 기본권을 보호할 의무를 위반해 민간인이던 최철교 등 3형제를 보안사에서 불법 체포·구금해 가혹행위를 했고, 임의성 없는 진술을 바탕으로 한 증거 등을 기초로 최씨 3형제를 기소했다”며 “이는 최씨 3형제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씨 3형제의 구금 경위 및 기간, 당시 시기의 정치적 상황 등을 고려하면 최씨 3형제 뿐 아니라 그 배우자들, 자녀들 또한 최씨 3형제의 장기 구금으로 인한 경제적 고통과 ‘간첩의 가족’이라는 오명 등으로 인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느꼈을 것”이라며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최씨 삼형제의 비극은 해방 후 일본으로 건너가 생활하던 맏형 고 최철교씨가 1974년 4월 가족들을 보러 한국에 왔다가 보안사 요원에게 연행되면서 시작됐다. 보안사는 맏형 철교씨가 일본에서 공작선을 타고 입북해 주체사상 교육과 간첩 지령을 받은 뒤 둘째 청교씨와 셋째 고 태교씨 등을 포섭해 군사기밀을 빼돌렸다는 누명을 씌웠다.
아울러 보안사는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 간첩, 군사기밀누설죄도 더하면서 최씨 삼형제는 물론 주변 사람들도 빨갱이로 몰렸다.
그럼에도 검찰과 법원은 폭행과 협박 속에 이뤄진 진술을 증거로 채택했다. 1974년 서울형사지법은 맏형 철교씨에게 사형, 둘째 청교씨에게 징역 7년, 셋째 태교씨에게 무기징역을 각각 선고하고 다음해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맏형 철교씨는 일본 활동가들이 한일 정부와 국제연합(UN)을 대상으로 구명운동을 펼친 끝에 1990년 풀려날 수 있었다. 이후 셋째 태교씨가 1995년 세상을 떠난 뒤 맏형이던 철교씨도 지난 2013년 작고했다. 하지만 남아있는 가족들이 뜻을 모아 2016년 재심을 신청해 3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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