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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장사 보고 버텼는데"… 식당들 ‘셧다운 악몽’에 떤다 [현장르포]

2단계 앞두고 한산한 번화가
"벌써 손님 끊겨 매출 타격 임대료·관리비 내기도 힘들어 언제 2.5단계 갈지 몰라" 불안
PC방·헬스장·학원가도 침울

"연말장사 보고 버텼는데"… 식당들 ‘셧다운 악몽’에 떤다 [현장르포]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을 하루 앞둔 23일 오후 경기 수원 인계동 한 음식점에서 주인이 '낮술환영'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24일 0시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상향 조정됨에 따라 카페는 영업시간과 관계없이 포장·배달만 허용되고 음식점은 정상영업을 하되 오후 9시 이후로는 포장·배달만 가능하다. 뉴시스
"죽으라는 거죠, 뭐…"

24일 0시부터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다. 소상공인은 이 소식을 들은 후 어처구니 없어했다. 다중업소 영업이 아예 중단됐던 2.5단계 기간을 겨우 버텨냈지만 "더는 버틸 여력이 없다"면서 절망하는 이들도 여럿이다.

임대료를 깎아주는 건물주를 찾아보긴 어렵다. 방역지침 강화 피해는 고스란히 임대로 들어간 상인들 몫이다. 술집 등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해진 업종 중엔 아예 폐업을 검토하는 사례도 있다.

서울 번화가 곳곳에서 매출 타격을 우려하지 않는 소상공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지난 19일 1.5단계가 발표되고 불과 닷새 만에 2단계로 격상된 것도 관심사다. 금세 2.5단계로 강화될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이다.

"일부 손님층 포기해야 하나…"


23일 오전 서울 지하철 사당역 인근 감자탕집엔 손님이 단 한 명도 없었다. 24시간 운영되는 식당이어서 손님이 이어져야 하지만 뚝 끊겼다. 식당 주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안 그래도 안 되는 장사에 저녁 술장사까지 못 하는데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잠시 숨을 고른 그는 "다 힘들 텐데"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PC방 분위기도 우울했다. PC방은 주 수입원이 식품판매로 바뀐 지 오래다. PC 이용료만으론 겨우 인건비나 건지는 정도다. 서울 강남구 PC방 종업원은 "지금까지 방역 수칙을 잘 지키면서 영업을 했지만 (다시 2단계가 적용되면) 상황이 좋지 않다"며 "2단계로 가면 음식을 팔 수 없어 더 힘들어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

헬스장은 오후 9시 이전까지만 영업이 가능하다. 서울시의 멈춤기간 선포에 따라 샤워실 운영도 불가하다. 퇴근 후 헬스장을 찾는 직장인 고객이 떨어져나갈 수밖에 없다.

서울 서초동 한 헬스장의 트레이너는 "오후 9시 이후 헬스장을 방문하는 고객이 많다"며 "이런 고객들이 방문 제한을 받으면서 동기부여도 잘 안 돼 관리에 애를 먹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밖에 노래방, 실내 체육시설도 오후 9시 이후엔 영업을 할 수 없다. 음식점은 오후 9시 이후 포장·배달만 가능하고, 스터디카페에선 음식물 섭취가 제한된다.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2.5단계 악몽 떠올라


정부 지원금이 있다곤 하지만 임대료에도 못미치는 곳이 여럿이었다.

신촌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권모씨(36)는 오랜 요구 끝에 월 5만원 임대료 인하를 이끌어냈다고 했다. 권씨는 "정말 오랫동안 고통분담을 조금이라도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얘기해서 4개월 동안 매달 5만원씩 빼주겠다는 답을 받았다"며 "월세 중에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어쨌든 상생하는 모양새라도 갖췄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

권씨 사정은 나은 편이다. 업주 대부분은 건물주에게 임대료를 고스란히 내고 있다고 털어놨다.

강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조모씨(55·여)는 "'착한 임대인'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공공기관 건물 말고 임대료 깎아준 사람을 본 적이 없다"며 "임차인이 죽으면 결국 피해가 임대인한테 가는데 조금 더 여유가 있는 쪽이 부담을 함께하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건 무리일까"하고 되물었다. 상인들에게 2.5단계는 공포다. 헬스장 관계자는 "2.5단계 때 영업 자체를 할 수 없어 주변에 체육시설이 폐업하는 걸 많이 봤다"며 "1.5단계에서 2단계로 넘어가는데 5일밖에 안 걸렸는데 언제 2.5단계로 넘어갈지 모르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학원가도 긴장이다. 서울 위례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김모 원장은 "부모들이 위축돼 자녀를 (학원에) 보내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이 학원은 2.5단계 당시 원생의 60~70%만 온라인 수업을 받고 나머지는 학원비를 이월했다. 매출 타격은 40% 가까이 됐다. 김 원장은 "학원에서 방역만큼은 어마어마하게 했는데 휴원이 강제돼 힘들었다"며 "방역에 힘쓰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고, 2.5단계 3단계는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 김준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