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노위 공공기관위서 합의 도출
공공기관 도입 후 민간 확산 가능
직무급제 단계적 도입 '임금 개편'
공운법 개정안 국회에 요청키로
문성현 경사 노위 위원장/뉴스1
정부와 노동계가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경영계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우려가 나오고 있다. 노동자의 경영참가와 건전한 노사관계 설정이라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경영권 침해 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법률 개정을 통해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이 결정되면 향후 금융공기업에 이어 민간회사들로도 확산이 될 수 있어서다.
■노동이사제, 비상임 형태 바람직
25일 대통령 직속 경제노동위원회 산하 공공기관위원회는 1년간의 논의 끝에 '공공기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합의'를 도출했다고 25일 밝혔다.
합의문은 공공기관에 노동이사를 두는 것을 법제화하고, 노사 합의를 통해 직무 중심 임금체계 개편을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경사노위는 이번 합의를 바탕으로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공운법)을 국회에 요청키로 했다.
노동이사제란 근로자 또는 근로자 추천 대표가 이사회에 참가해 경영자 중심의 의사결정을 견제하고 경영투명성을 높이는 제도다. 문재인정부는 취임 초기인 2017년 국정운영 계획을 통해 노동이사제 도입 목표를 밝혔다.
노동계의 숙원이던 노동이사제는 합의가 됐지만, 사용자(공공기관) 측이 주장한 직무급제 도입은 미뤄졌다. 합의문에는 "객관적 직무가치가 임금에 반영되는 임금(보수)체계 개편을 위해 노력한다"고만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법학과 한 교수는 "노동계 입장에서는 노동이사제라는 '현금(즉시 이익)'을 받고, 나중에 갚아도 되는 '어음(직무급제 도입)'을 약속한 것"이라며 "그 어음도 상황이 변하면 흐지부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영계 노동이사제 민간확산 우려
경영계는 정부와 노동계가 노동이사제 도입을 기정사실화하자 민간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노사관계는 공공부문이 주도하는데 지금은 노동이사제가 공공부문에 한정됐지만 추후 금융권, 민간으로도 확대될 수 있다"며 "실제로 KB금융은 노동이사제 도입 시도가 있었는데 정부가 너무 성급히 추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멘스 대표이사를 지낸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은 올 8월 페이스북에 "(독일처럼) 노동이사제를 해보고 싶다"고 글을 남겨 긍정적 입장을 표현하기도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는 노동이사의 상임이사 전환을 골자로 하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운법 개정안에 대해 △상장공기업의 주주권한 침해 가능성 △현업에 종사하지 않는 노동이사의 근로자 대변 어려움 등을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는 노동이사제 도입과 관련한 다양한 개정안이 올라와 있다. 노동이사를 상임 혹은 비상임으로 두는 방안, 노동이사를 노조 안에서 선출하거나 외부추천 인사로 두는 방안 등 다양하다.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민간기업에 노동이사제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여러 차례 국회 논의를 거치고 관련법 개정, 공공기관 적용 후 부작용이 없어야 한다"며 "노동이사의 지위와 관련해서는 '상임(사내이사)'을 할 경우 사실상 사측의 임원 지위가 되면서 노동자 대변이라는 취지를 반영하지 못하는 만큼 '비상임(사외이사)' 이사로 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 해외도 거의 100%가 비상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무급제 도입의 경우 과거부터 도입 논의가 있었지만 개개인 근로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조금 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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