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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정맥류 여성이 잘 걸리는 이유는?

하지정맥류 여성이 잘 걸리는 이유는?

[파이낸셜뉴스] 다리에 혈관이 붓고 통증과 저림, 심지어 혈관 돌출 등이 나타나는 하지정맥류 환자가 매년 늘고 있다. 2015년 15만1239명에서 지난해 21만6127명으로 43% 증가했다. 특히 여성의 비중이 높아 작년 환자 중 약 70%인 14만7546명에 이르고 있다.

모든 연령층에서 여성 환자가 남성 환자보다 많았다. 그 중에서도 40대와 50대 여성이 각각 3만851명과 4만5030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남성 환자와의 차이도 약 3배(40대 남성 1만1143명, 50대 남성 1만6826명)로 나타났다.

하지만 10대에서는 남성 561명 대 여성 681명, 80대 이상에서는 남성 2607명 대 여성 3010명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10대의 하지정맥류 발생원인은 유전적인 원인이 많다.

연세에스의원의 심영기 원장 1995년부터 2020년까지 하지정맥류 시술을 받은 4만명의 환자 통계조사에 의하면 부모가 정맥류가 있을 경우 자녀에게 나타날 확률은 30%이다.

이렇게 하지정맥류 환자 중 여성이 유독 많은 이유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스트로겐이 정맥을 확장시켜 체내 혈액량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임신, 생리 전, 폐경 등으로 호르몬 변화가 있을 경우 하지정맥류가 발생 혹은 악화되기 쉽다.

특히 임신하게 되면 또 다른 여성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이 증가하는데 이로 인해 혈관 내 평활근이 확장되고 임산에 따른 체중 증가와 복압 발생이 겹쳐 하지정맥류가 더 쉽게 발생한다.

40~50대 여성에서 하지정맥류가 많은 이유는 여성호르몬 영향에 더해 나이 먹어 정맥의 탄력이 떨어지는 것도 한 몫 한다.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은 "중년 이후 정맥의 탄력이 떨어지면서 역류를 막는 판막의 기능이 약해지고, 호르몬 변화도 겪게 돼 하지정맥류의 발생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하지정맥은 다리에서 심장으로 피를 운반하는 혈관이다. 중력을 거스르며 피가 이동하기 때문에 정맥 사이사이에 판막이 혈액이 역류하지 않도록 돕는다.

하지만 노화·비만·생활습관·유전 등의 이유로 판막이 약해지고, 정맥의 탄력이 감소하면 심장으로 올라가던 혈액이 중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역류해 혈관에 고인다. 이 때문에 혈관이 확장돼 피부 위로 검붉은 혈관이 구불구불하게 불거져 나오는 하지정맥류가 발생하게 된다.

하지정맥류의 대표적인 증상은 △오후 시간대로 갈수록 다리가 붓고 피곤하다 △밤에 다리가 저리거나 무겁다 △어떤 자세에도 다리에 불편함이 느껴진다 △종아리에 이유 없는 가려움이 반복된다 △밤에 종아리에 경련이 생긴다 등이다. 이런 증상이 반복될 경우 하지정맥류를 의심해 봐야 한다.

하지정맥류의 가장 정확한 진단 방법은 혈관초음파검사를 실시하는 것이다. 혈관의 크기를 측정하고 역류 위치, 역류하는 혈액량, 표재정맥이나 관통정맥 역류 등을 확인한다. 하지정맥류가 의심되는 부위에 초음파 프로브(probe)를 피부에 대고 역류가 있는지 소리를 녹음한다. 역류시간이 0.5초 이상이면 하지정맥류로 진단할 수 있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에는 압박스타킹·약물·주사경화요법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시간이 지나 증상이 악화됐다면 레이저 정맥절제술, 고주파 열폐색술 등 수술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

심 원장은 "하지정맥류의 수술 기준은 굵은 핏줄이 돌출되는 3기 이상으로 알려져 있으나, 병원에 따라 상이할 수 있다"며 "굵은 핏줄이 돌출되지 않았음에도 하지정맥류로 수술이 필요하다고 진단을 받았다면 다른 병원에도 들러 추가로 진단을 받아 보는 게 불필요한 수술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검사 초음파 결과지를 요구해 받아놓는 것도 도움이 된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