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GOP 철책월남 경계실패 논란
합참, 동부전선 GOP 과학화경계현장 공개
철책 기둥에 체중 실어 경보 안울려.. 감지유발기는 먹통
TOD 영상저장장치 고장.. 장비결함 인정
"동부전선, 험준한 지형에 감시 사각지역 불가피"
합참 "정상작전이었다.. 관련자 처벌 없어"
[파이낸셜뉴스] 이달 초 북한 남성 A씨가 강원도 고성 최전방 GOP(일반전초) 이중철책을 넘어와 14시간 동안 우리측 지역을 활보했다. A씨의 월책 당시 철책에 설치된 광망(철조망 감지센서)가 작동하지 않아 군의 과학화경계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군 당국은 지난 2016년 전방 경계에 과학화경계시스템을 도입하고 24시간 물샐 틈 없는 경계를 자랑해왔다. 아울러 신병확보까지 14시간이 걸린 점도 늑장대응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이에 지난 25일 합참은 국방부 출입기자단에게 동부전선 GOP 과학화경계현장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현장은 월책 사건이 발생한 고성부대 인근 동부전선 일대다. 이곳은 고성부대와 산세, 지형 등이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 중부전선 GOP(일반전초) 철책에서 장병들이 경계작전을 펼치고 있다. (뉴시스DB) /사진=뉴시스
부대 관계자는 이번 사건 당시 광망 센서가 울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A씨의 월책이 경보기를 울릴 만큼의 행위가 아닐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해당 지역에 설치된 Y자형 철책에는 △그물 형태의 광망 △철책 기둥 연장선상을 Y자로 뻗은 150cm 가량의 감지브라켓 △철책 상단 24cm 가량의 직사각형 모양 감지유발기가 장착돼있어 각각 월책을 감지한다.
합참 관계자는 "(A씨가) 월책 시 발을 디뎌야 하는 브라켓이 없는 곳(미설치 지역)으로 넘어왔다"면서 "광망과 감지유발기가 있는 곳으로 넘어온건데, 대부분의 체중을 기둥에 싣고 넘어올 수 있겠다"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감지유발기가 특이하게 생기지 않았냐. 그걸 피해서 넘어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감지유발기에 하중이 가해졌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감지유발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합참 관계자는 "(철책 상단에 설치된 감지유발기는) 나사 형태로 (하중이 가해지면 나사가) 광망을 누르게 돼있는데, (사건 발생 이후) 감지유발기를 뜯어봤더니 설치한 지 5년이 돼다보니 계속 바람에도 흔들리고 그래서 나사가 일부 풀려져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A씨가 감지유발기를 눌렀어도 (나사가) 광망을 똑바로 찍지 못하고 그 옆을 눌렀겠다"면서 "요구 하중이 돼야 (광망이) 눌려지는데 그게 안됐을 수도 있겠다"고 추측했다.
'광망을 건드렸는데 왜 경보가 울리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광망 센서는 단순 접촉이 아니라 절단되거나 하중을 가해 눌릴 경우 경보가 울린다"면서 "전방 지역은 바람이 심하게 불어 광망과 철조망이 부딪히기 때문에 매일 이 감도를 조정한다. 그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과학화경계시스템 도입 이후 전문업체에 의한 정기점검도 미흡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육군 관계자는 "(광망 설치 후) AS기간 2년 동안은 업체에서 주기적으로 점검을 하는데 (정확히) 언제라고 정해놓진 않았다"고 밝혔다. 그간의 점검에 대해서는 "사용 부대에서 (육안으로) 일일점검을 하고, 사단 정비팀에서 월 단위 점검을 했다"며 "업체에서는 (점검을) 요청했을 때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업체 점검을 감지유발기는 분기에 1회, 전수검사는 반기에 1회 (점검)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합참은 "상단 감지유발기의 전수조사, 일제 정비를 통해 정상 기능발휘를 보장하고 상단감지브라켓 미설치 지역은 추가 설치하며 취약지역에 감시장비를 추가 보강 또는 교체하고 과학화 경계시스템 운용자 교육 및 정비시스템을 강화하며 GOP과학화경계시스템 성능 개량도 조기 추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고성(강원)=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13일 강원도 고성 GP에서 지난 '9.19 군사합의' 이행에 따라 시범철수된 GP의 내부가 공개되고 있다. 북한군 GP와의 거리가 소총 사거리 이내인 580m에 불과한 고성 GP는 군사적, 역사적 가치를 고려, 통일역사유물로 선정돼 원형 그대로를 보존할 수 있게 됐다. 2019.02.14. photo@newsis.com /사진=뉴시스
아울러 해당 부대에서 A씨의 월책을 TOD(열감시장비)로 실시간으로 봤지만, 신병확보까지 14시간이 걸린 점에 대해서도 늑장대응 논란이 일었다.
합참 관계자는 "월책 과정부터 계속 보고 있었고, 관측하고 바로 작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지역에 미확인 지뢰지대가 많아서 야간 수색 작전보다는 투입 병력 수를 늘려서 봉쇄, 차단작전을 했고 날이 밝은 후 바로 귀순자를 검거했다"고 말했다.
또 TOD 영상은 통상 자동녹화되도록 돼 있지만, A씨 월책 과정 일부가 저장되지 않았다.
부대 관계자는 "TOD의 DVR(디지털 영상저장장치)가 고장나있었다"며 "TOD 녹화가 일부 안된 건 사실이고, 장비결함이 있었던 것도 인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동부전선의 험준한 산악지형을 설명하며 "사건 당시 녹음이 우거지고, 깊은 계곡이 많은 등 작전환경이 쉽지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지형적 문제 때문에 감시 사각지역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옛날보다는 (경계가) 많이 좋아졌고, 병력이 (경계를) 서는 것보다 광망이 훨씬 더 효과적인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합참은 이번 사건에 대해 관련자 처벌은 없다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GOP 작전 수행 절차에 따라 정상적인 작전 절차를 통해 귀순자를 먼저 식별하고 신병을 확보한 정상적인 작전이었다고 평가한다"며 "따라서 합참 차원에서 관련자 처벌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해당 부대에서 조치가 필요한 경우, 해당 부대차원에서 판단해 조치할 사안"이라고 했다.
ju0@fnnews.com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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