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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연기, 일정변경 우여곡절...'코로나 수능' D-3

처음 겪는 '코로나 수능' 고3 곤욕
개학 4차례 연기, 온라인 개강
등교는 개학 뒤 80일 만에 이뤄져
수능 뒤 수시 일정 '감염 스트레스'

등교연기, 일정변경 우여곡절...'코로나 수능' D-3
지난 28일 서울특별시 금천구에 거주하는 변모 군(18)이 방 안에서 수능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사진=독자 제공

"8시 10분까지는 입실, 40분에 1교시…"
정모 군은 요즘 매일 아침 마법을 외우듯 이 같은 대사를 되뇌며 하루를 시작한다. 12월 3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임하는 일종의 자기 최면이다. 매일 아침 7시쯤 일어나 아침을 챙겨 먹고 정모 군은 다시 가림막이 설치된 자신의 책상으로 향한다. 문을 닫는 순간 가족과 단절된다. 그런 아들을 지켜보는 엄마 정모 씨의 마음도 편치 않다. 정모 씨는 "1년 동안 준비한 공사가 코로나 때문에 무너지면 안 되니까 최대한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맞춰주려 한다"고 했다.
2021학년도 대입 수능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29일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임박한 수능을 앞두고 긴장의 고삐를 최대한 조이고 있었다. 수험생들은 코로나19 발생과 지속으로 전례없고, 우여곡절 많은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을 보냈다. 숱한 등교 연기를 겪었고 수능 날짜도 미뤄졌다. 대입 일정 또한 계속 바뀌었다. 모두 예년에는 생각조차 해 보지 않았던 일들이었다. 그리고 수능이 임박한 현재 코로나19 3차 대유행 국면이다.

■ 수능·대입일정 통째 수정
올 대입 수능을 준비한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통째로 바뀐 수능·대입 일정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학부모 정모 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정신이 없는 와중에 바뀐 수시·정시 일정을 하나하나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3월 31일 코로나19 유행으로 늦춰진 개학에 따른 수능 및 대학입시 일정 연기를 발표했다. 수능은 원래 계획된 11월 19일에서 12월 3일로 2주 연기됐다. 각종 대입 일정도 늦춰졌다. 6월 모의평가는 종전 6월 4일에서 6월 18일로, 9월 모의평가도 9월 2일에서 9월 16일로 늦춰졌다.

수시 전형도 미뤄진 건 마찬가지다. 대입 수시전형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작성 마감일은 8월31일에서 9월 16일로, 수시모집 원서 접수는 9월 7일에서 9월 23일로 16일 밀렸다. 대부분의 수도권 대학들도 코로나19 확산세에 면접, 실기시험, 논술 등 수시 일정을 수능 뒤로 늦췄다.

수능 이후 치르게 될 정시 모집은 원서접수를 종전 12월 26일에서 1월 7일에 시작하는 것으로 12일 연기됐다.



2021학년도 수능 관련 일정 변동 과정
날짜 수능·대입일정 변동 과정
2월23일 1차 등교연기 발표(3월2일→3월9일)
3월2일 2차 등교연기 발표(3월9일→3월23일)
3월17일 3차 등교연기 발표(3월23일→4월6일)
3월31일 4차 등교연기 발표(4월6일→4월9일). ‘온라인개강‘ 및 수능 2주 연기 발표
4월9일 고3 사상 초유 온라인 개강
5월11일 5차 등교연기 발표. 고3 등교일 5월13일→5월20일
5월20일 고3 ‘1차 등교 개학.‘ 신학기 이후 80일 만에 등교 수업 재개
8월4일 교육부 관계기관 협의 통해 유증상자, 확진자 등 위한 별도 시험자 확보 및 세부 방역조치 마련 계획 발표. 칸막이 및 시험실 내 인원 비중 하향 등 방역 대책 포함.

■ '온라인개강'에다 등교 연기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온라인 개강'과 연기된 등교 일정에 대한 고충과 불만도 많았다.

경기도 광명시에 거주하는 학부모 박모 씨는 "아이들이 학교에 제대로 못 나가 시험 예행연습 시기가 많이 줄은 것 같다"면서 "온라인 수업의 효율성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올해 수능을 보는 모든 아이들이 너무 불쌍하다"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고3 수험생들의 등교는 지난 5월 20일에서야 처음 이뤄졌다. 원래 3월 2일 예정됐던 개학이 신천지·이태원발 집단감염 등으로 인해 총 4차례 연기되고 원격수업으로 대체된 탓이다. 지난 4월 9일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사상 처음 온라인 개강을 맞이했고, 이후 80일 만에 등교할 수 있었다.

제일 힘들었을 사람은 수험생 당사자들이다. 학원에 갈 수 있다고 해도 감염을 우려해 온라인 수업을 듣거나 자율학습을 해야 했던 수험생들이 많았다. 스터디카페 또한 이 같은 이유로 가진 않은 이들도 대다수다. 수능 뒤로 늦춰진 수시 일정에 수시 준비생들은 수능 이후에도 감염 우려 등 마음을 놓을 수가 없는 현실이다.

수능을 앞둔 변모 군(18)은 "친구들 사이에서도 코로나가 제일 짜증 나면서도 뜨거운 이슈였다"라며 "학원에서도 카페에서도 휴식을 취하면서도 밖에서는 코로나 걱정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나만의 공부 방식이 있는데, 그걸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것도 짜증 난다"고 했다.

수능 준비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극에 달한 수험생들의 스트레스는 신체적인 고통으로도 나타나기도 한다. 평소 낙천적이던 마모 군(18)은 평소에 악몽을 꾸는 일이 잦아졌다.

수험생들의 가족 또한 올해 수능을 전시상황처럼 맞이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지난 27일까지 4일 연속 500명대 안팎에 머물면서 가족들의 걱정은 더 커졌다.

모든 가족 구성원이 외출을 되도록 삼가고 접촉을 줄이고 있다고 밝힌 학부모 정모 씨는 "지금의 성인들 대부분이 수능을 봤을 것이다"라며 "한 번만 내 일 또는 자기 가족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방역 수칙을 잘 지켜줬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 김준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