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백신 전쟁 한발 늦은 한국… 與, 뒤늦게 4400만명분 예산 반영

내년 본예산 1조3000억 추가 편성
정부, 안전성 여부에 협상 늦어져
국내 백신 공급 빨라야 내년 하반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세계 각국의 백신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한발 물러나 있는 양상이다. 전 세계 국가들이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앞둔 업체들과 협상해 수량 확보에 나섰지만 한국은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백신의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둔 행보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같은 속도라면 본격적인 국내 백신 공급은 빨라야 내년 하반기로 예상돼 주요 국가들에 비해 늦어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9일 코로나19 백신 확보량을 4400만명분으로 상향조정하고 관련 예산을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는 전 국민의 약 85%에 해당하는 것으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앞서 백신 확보 목표치로 밝힌 3000만명분보다 증가한 수치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 내년도 예산안에 백신 확보 예산 1조3000억원도 반영할 방침이다. 백신 확보 예산은 당초 본예산안에 편성되지 않았지만 국내외 백신 개발이 가시화되면서 본예산 반영으로 가닥이 잡혔다. 다만 예산 확보를 위해 국채발행을 할지, 예산안 항목 조정을 할지는 논의 중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당초 복지부 장관이 말한 물량이 예방 효과에 불충분하다는 것은 아니다. 백신에 대한 국민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측돼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라며 "백신 수요를 충분히 감당해야 국민들이 정상적인 생활로 빠르게 복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다른 나라는 이미 백신을 확보한 상태다. 최근 미국 듀크대 글로벌보건혁신센터가 집계한 주요 국가별 코로나 백신 확보물량(20일 기준)에 따르면 캐나다는 인구 1인당 10.9회분의 백신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약 3770만명인 캐나다는 지금까지 4억1400만회분의 백신을 구매했다. 2위는 인구 1인당 백신 7.9회분을 확보한 미국이다. 영국(7.5회분), 호주(5.3회분), 칠레(4.4회분), 일본(2.3회분), 베트남(1.5회분) 등이 뒤를 이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이 승인되면 미국이나 유럽연합은 내년 상반기에 백신 접종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하반기에 접종하겠다고 발표했다"며 "다른 나라가 다 맞은 후 안전한지 확인한 다음에 백신 접종을 하겠다는데 현실 인식이 너무 안이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 백신은 현재 3개 제품이 임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 6월부터 국제백신연구소와 제넥신에서 개발하고 있는 1/2a상 백신이 2개 있고 최근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우리나라 개발 백신도 내년 하반기쯤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명진 송주용 기자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