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청정제주 송악선언’ 실천 조치 4호 발표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내 건축행위 기준 강화
원희룡 제주지사가 30일 오전 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청정제주 송악선언’ 실천조치 4호로 중문관광단지 주상절리대의 무분별한 개발행위를 막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제주도 제공]
[제주=좌승훈 기자]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30일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지질공원이자, 제주를 대표하는 천연기념물인 중문·대포 해안 주상절리(柱狀節理·columnar joint)대 일대를 무분별한 개발행위로부터 보호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부영주택이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내 건립을 추진하는 부영호텔 4동을 겨냥한 조치로 사실상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10월25일 난개발 논란에 마침표를 찍겠다고 천명한 ‘청정 제주 송악선언(다음 세대를 위한 제주의 약속)’의 후속조치로 ▷송악산 뉴오션타운 ▷제주동물테마파크 ▷오라관광단지에 이어 네 번째다.
원 지사는 이날 오전 도청 기자실에서 ‘청정제주 송악선언 실천조치 4호’ 기자회견을 갖고 “중문·대포 해안 주상절리대의 국가지정 문화재 보호와 해안경관 사유화를 방지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주상절리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 건축행위 등에 관한 허용기준 조정을 위한 용역을 시행하고, 문화재청 협의를 거쳐 허용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관광공사와 협의해 주상절리대 일대 2단계 중문관광단지 유원지 조성계획을 재수립하고, 이 과정에서 주상절리대 보존을 위한 건축계획 재검토를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원 지사는 “재수립된 조성계획에 대해서는 환경영향평가와 문화재청 협의과정을 통해 건축물 높이 조정 등을 사업계획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주상절리대는 현무암에 발달하는 절리의 생성원인과 발달과정, 해식모양이 잘 드러나 있어 학술적 가치가 크고 경관이 수려해 문화재청이 2005년 1월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이어 2006년 12월 주상절리대를 물리적·환경적·경관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결정했다. 유네스코도 2010년 주상절리대를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했다. 세계지질공원은 지구과학적으로 아름답고 중요하며, 생태 역사 문화적 가치를 지닌 지역을 대상으로 지정한다.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부영호텔 조감도.
중문관광단지 2단계 개발사업은 1996년 사업시행이 승인됐다. 부영그룹 계열사인 부영주택은 2010년 호텔부지 소유권을 취득하고, 주상절리대 인근 29만3897㎡에 객실 1380실 규모의 호텔 4동을 짓겠다며 2016년 2월 제주도에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해당 사업은 주상절리대 해안과 불과 100~150m 떨어진 곳에 건축 고도가 35m(지하 4~5층, 지상 8~9층)의 호텔 4개 동(1380실, 부영 2·3·4·5호)을 짓겠다고 계획해 해안경관 훼손과 경관 사유화 논란을 샀다. 천연기념물 보호를 위한 충분한 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게다가 2016년 제주도감사위원회 감사 결과, 호텔 건축물 높이 계획을 ‘5층(20m) 이하’에서 ‘9층(35m) 이하’로 수정하는 과정에서 법적 절차를 밟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호텔이 건축되면 주상절리대 북쪽에 이른바 ‘병풍효과’로 인한 경관 가로막기와 경관 사유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제주도는 부영주택이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환경영향평가 변경 협의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2017년 12월 건축 허가 신청을 최종 반려했다.
앞서 제주도는 같은 해 10월 건축물 높이 조정과 주상절리대 경관 보호를 들어 환경보전방안과 환경 보전방안 조치 이행계획서에 대해 재보완을 요청했다.
사업자 측은 제주도의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 10월 대법원은 건축허가 반려가 정당하다고 최종 판단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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