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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美 대선 후 첫 방위비 협의…바이든 정부서 순항할까

한미, 30일 방위비 협상 현황 점검…"8차 협상 아냐" 8개월 만에 협의…트럼프 행정부서 타결 기대 난망 '동맹 강조' 바이든, 과도한 증액 요구 완화 기대감

한·미, 美 대선 후 첫 방위비 협의…바이든 정부서 순항할까
[서울=뉴시스] 한·미는 11월30일 양측 협상단간 화상협의를 개최하고,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 현황을 점검했다. (사진/외교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한미 방위비 협상단이 8개월 만에 화상 협의를 갖고 조속한 합의 도출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하지만 미국 대선 이후 정권 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실질적인 협상은 내년 1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1일 외교부에 따르면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와 도나 웰튼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는 지난달 30일 화상협의를 갖고, 방위비 협상 현황을 점검했다. 한국 측에서 외교부·국방부, 미 측에서 국무부·국방부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외교부는 협의 직후 "한미는 공평하고 상호 수용 가능한 합의를 조속히 도출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미는 지난 3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7차 협상을 진행한 후 8개월 넘게 공식 협상을 하지 못했다. 지난 3월 말에는 잠정 합의안을 이끌어내며 타결 직전에 이르렀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에 제동을 걸면서 좌초됐다. 이후 6월 초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인건비 지급 문제 해결로 무급휴직 사태가 일단락되면서 사실상 협상 동력이 사라졌다.

이번에도 8차 협상이 아닌 협의 수준에 불과해 협상 진전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는 전언이다. 다만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처음으로 한미대표단이 협의를 공식화하며 협상 재개를 위한 준비에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해 9월부터 1년간 협상을 이끌어왔던 제임스 드하트 전 대표가 물러나고 지난 8월 웰턴 대표가 임명된 후에 첫 공개 행보이기도 하다.

문제는 한미 간 '조속한 합의'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에서 타결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점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지명자를 비롯해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인사들이 외교 관료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협상단이 바뀌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 미 대표단과 협상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 정권 교체기에 협상을 제대로 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노선대로 협상을 진행할 경우 우리 측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만큼 멈춰섰던 협상 상황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미, 美 대선 후 첫 방위비 협의…바이든 정부서 순항할까
[윌밍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19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더 퀸 극장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에 대해 "완전히 무책임"하다고 비난했다. 그는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마스크 착용은 애국적 의무"라며 "전국 봉쇄가 아닌 바이러스를 봉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0.11.20.
외교가에서는 바이든 당선인이 동맹·파트너와의 공조를 통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회복을 강조하고 있어 과도한 방위비 증액 압박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간 방위비 협상의 가장 큰 변수였던 '트럼프 리스크'가 사라지면서 공평하고, 합리적인 수준의 분담금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 의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이고 무리한 방위비 요구에 반기를 들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미 하원은 지난달 통과시킨 '한국전쟁 발발 70주년 기념 한미동맹 결의안'과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한국계 미국인 공헌 평가 결의안'에서 각각 "우선 순위에 두고 상호 수용할 수 있는 합의에 도달할 것", "상호 수용할 수 있는 다년 단위의 SMA 체결"을 촉구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미 민주당 내부에서 적절한 수준의 방위비 분담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어 섣불리 낙관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지만 잠정 합의 수준을 크게 웃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미국은 지난해 분담금(1조389억원)의 5배에 달하는 무리한 인상안을 제시했다가 증액 폭을 50%로 낮췄지만 잠정 합의했던 13% 인상안과는 여전히 격차가 크다.

한반도 전문가인 카지아니스 미국 국익센터 한국담당 국장은 자유아시아방송(FRA)과 인터뷰에서 "블링컨 전 부장관은 한미 관계에 관해 전통주의자(traditionalist)가 분명하다. 방위비 협정을 매우 빨리 체결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한국이 공정한 분담금을 지불해야 한다며 강하게 압박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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