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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후 첫 한미 방위비 협의…훼손된 동맹 재건 기대감↑

美 대선 후 첫 한미 방위비 협의…훼손된 동맹 재건 기대감↑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가 화상협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외교부) © 뉴스1


美 대선 후 첫 한미 방위비 협의…훼손된 동맹 재건 기대감↑
한미 방위비 분담금협정 체결 지연으로 주한미군 소속 한국인 근로자 4천여 명은 이날부터 무급휴직에 들어갔던 지난 4월 1일 오후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정문 앞에서 최응식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 위원장이 회원들과 함께 강제 무급휴직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4.1/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서울=뉴스1) 배상은 기자 = 한미 외교 당국이 1년째 협정 공백 상태인 제 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타결을 위한 협상 재개를 공식화하면서 향후 협상의 향배에 시선이 쏠린다.

본격적인 협의는 내년 1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나 가능해보이는 가운데 구체적 타결 액수와 그간 협상 과정에서 훼손된 한미 동맹 정신이 회복되는 계기가 마련될 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1일 외교부에 따르면 한미 양국 대표단은 전날 화상 협의를 열고 제11차 SMA 협상 현황을 점검했다. 한국과 미국 정부가 공식 자리에서 방위비 문제를 논의한 것은 지난 미국 대선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9월 시작된 11차 SMA 협상은 지난 3월 말 실무 레벨에서 13% 인상안에 공감대를 이뤘고, 양국 외교장관의 승인까지 받았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거부하면서 협상은 장기 교착 상태에 빠졌고 이후 7월 미국은 협상대표를 새로 교체했다.

이날 협의는 도나 웰턴 신임 대표와 우리 측 정은보 대표간 상견례 차원 만남으로 지난 3월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7차 회의를 끝으로 대화가 없었던 가운데 현재 상황을 점검하고 인식을 공유하자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한국 외 미국의 모든 방위 협력 및 분담금 협상을 총괄하는 웰턴 대표는 일본어에 능통한 '일본통' 으로 지난 10월 중순 미일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본격 개시된 데 따라 새 행정부 하에서도 계속 역할을 이어갈 것이란 게 대체의 관측이다.

이런 가운데 웰턴 대표가 우리 측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협상대사와 공식 첫 자리를 갖고 "공평하고 상호 수용 가능한 수준"이란 기존 원칙을 재확인하자, 외교가에서는 조기 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바이든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한국에 대한 과도한 방위비 증액 대해 비판하며 동맹관계 회복을 강조한만큼 무리한 요구를 하기 보다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신속히 타결을 볼 것이란 낙관적 전망에 기댄 관측이다.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중국에 대한 견제와 압박을 지속하려는 미국의 기본 정책에서 주한미군의 중요성이 커진 것도 조기 타결에 대한 기대감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일단 미측이 주한미군 감축을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있어 레버리지로 활용할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평가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 민주당 의회가 전통적으로 방위비 등 예산 문제에 매우 민감한 입장이었다는 점에서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어느 정도의 증액은 감당이 불가피하며 그런만큼 예상보다 협상이 길어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미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진행하고 있는데 따라 한미동맹 역할에 근본적인 대 변화가 예고되면서 방위비 역시 상당한 영향이 불가피하단 점도 이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게다가 내년 4월이면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 사태가 재발할 여지가 있어 내년 1월 20일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협상이 본격화할 경우 불과 두달 남짓한 기간 안에 최종 합의를 도출해야하는 등 시간도 촉박한 상황이다.

주한미군사령부는 지난달 한국인 근로자들에 대해 '11차 SMA 협정 미타결시 내년 4월 1일부터 무급휴직에 처해질 수 있다'는 내용의 통보서를 발송한 바 있다. 근로자들의 신상 등에 변동이 생길 경우 6개월 전에 사전 통보를 해 줘야 한다는 자국 노동법 규정에 따른 것이다.

한미는 교착 장기화에 따라 올해 초 한국 정부가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만 먼저 선지급하고 합의 후 이를 상계하는 방안에 합의했으나 이는 올해 만료된다.


현재 대선 불복 소송전 등으로 분주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안에 극적으로 타결을 이룰 가능성은 낮아 보이는 가운데 분담금 협상이 내년 4월을 넘어갈 경우 사상 초유의 무급휴직 사태가 재연될 여지가 남아있는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향후 소급 적용을 전제로 이미 한국 정부가 지출한 인건비의 회기 처리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향후 방위비 협상에서 관건은 한미가 지난 협상 과정에서 훼손된 동맹 정신을 재건함과 동시에 다년 협정을 통해 안정적 기반을 마련할지 여부"라며 "막연한 조기 타결 보다는 트럼프 행정부서 체결된 1년 단위 10차 협정을 일시 연장하는 등의 대안을 통해서라도 소요형 전환 등의 분담금 집행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한 근본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