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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예산 부풀린 국회, 재정준칙도 처리하길

돈 더 쓰는 건 불가피하나
누울 자리 보고 발 뻗어야

[fn사설] 예산 부풀린 국회, 재정준칙도 처리하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간사인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1회계연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국회가 2일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정부안보다 2조2000억원 많은 558조원 규모다. 2일은 헌법이 정한 시한이다. 법정시한 내 예산안 처리는 2014년 이후 6년 만이다. 내년 예산은 정부안보다 커졌다. 예산 순증은 드문 일이다. 2010년 이후 처음이다. 통상 국회는 정부가 낸 예산을 깎는 데 열중한다. 예산은 곧 세금이기 때문이다. 납세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게 응당 의회가 할 일이다. 그런데 내년 예산은 되레 늘렸다. 그것도 여야가 사이좋게 합의했다.

새해 슈퍼예산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외환위기, 금융위기 때도 재정을 넉넉히 풀었다. 그 덕에 한국 경제는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마찬가지로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도 재정이 큰 몫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1일 올 3·4분기 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2.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26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1.3%에서 -1.1%로 0.2%포인트 높였다.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기 전에는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그 점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내년 예산 증액에 합의한 것은 무조건 질책할 일이 아니다.

3차 재난지원금으로 3조원을 할당한 것도, 피해가 큰 업종과 계층에 선별 지원하기로 한 것도 잘한 일이다. 재난지원금을 남용한다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역설적으로 이는 우리 사회안전망이 그만큼 부실하다는 증거다. 전국민 고용보험과 같은 지속적인 복지체계를 구축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지금은 임시변통으로 재난지원금 같은 보완책이 필요하다.

다만 우리는 여야가 돈을 쓰는 것만큼 돈을 관리하는 데도 신경을 쓰길 바란다.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누울 자리 봐가며 발을 뻗으라고 했다. 여야가 손잡고 재정을 헐기 시작하면 어떤 장사도 당해낼 재간이 없다. 그래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30일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60% 이내, 통합재정수지는 -3% 이내로 묶는 게 목표다. 사실 개정안은 구멍이 숭숭 뚫렸다. 올해 국가채무비율은 43.5%로 예상된다. 60%는 너무 느슨하다. 적용 시기도 2025년부터다. 문재인정부는 쏙 빠져나갔다.
예외조항도 광범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준칙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다. 그래야 장차 또 다른 위기가 닥칠 때 그나마 우리 경제가 기댈 언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