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이번엔 집단소송, 기업 괴롭힘 언제까지

[fn사설] 이번엔 집단소송, 기업 괴롭힘 언제까지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0월 22일 '집단 소송제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도입 바람직한가'라는 주제의 온라인 토론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윤석찬 부산대학교 교수, 한석훈 성균관대학교 교수, 김선정 동국대학교 교수,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교수, 양준모 연세대학교 교수, 이세인 부산대학교 교수. /뉴스1
법무부가 지난 1일 집단소송법 제정안·상법개정안 공청회를 열었다. 법무부는 지난 9월 증권분야에 한정된 현행 집단소송제를 전 분야로 확대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상법에 넣어 일반화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집단소송제는 한 명만 소송에서 이겨도 모든 피해자가 다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다. 법무부는 연말까지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재계는 강하게 반발한다. 소송남발 걱정이 크다. 집단소송은 개별 당사자의 소송부담이 적은 반면 소송을 맡은 쪽은 많은 보수를 챙길 수 있다. 밑져야 본전이니 일단 걸고 보자는 식의 소송남발이 생길 수 있다. 벌써부터 거액의 합의금과 막대한 배상액을 노린 외국계 전문로펌들의 입질이 시작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기업은 소송을 당하는 순간 결과에 상관없이 평판이 나빠지고, 거래도 힘들어진다. 주가에도 악재다.

원고에게 편향된 입증책임 경감이나 피고의 영업비밀 제출거부권 불인정 규정 등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가 힘들다. 소송대응 능력이 취약한 중소·중견기업은 더 걱정이다. 안 그래도 행정제재, 형사처벌, 민사소송 등에 시달리는 기업은 혹을 하나 더 붙이는 격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0월 말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약 69%가 집단소송제 확대에 반대했다. 기획소송 남발, 소송비용 증가 등이 주된 이유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 도입하면 소송비용이 최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금 기업환경은 썩 좋지 않다. 정부·여당은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외에도 이른바 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다수의 기업규제 법안을 밀어붙일 참이다. 근로자 50~299인 미만 중소기업 사업장엔 내년부터 주52시간제가 강제로 적용된다.
코로나 직격탄에 일감은 줄고, 고용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지난 3·4분기 성장률이 간신히 회복세를 보였지만 코로나 3차 유행을 고려할 때 안심하기엔 이르다. 지금은 기업 목을 조일 게 아니라 오히려 풀어줘도 모자랄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