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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교 장학금 돌려받은 교수들…"불가피했다" 1심 무죄

4년간 총 4억여원 장학금 돌려받아 학기 종료시 수업기여도 따라 배분 "조교제도 규정과 현실에 괴리있어"

조교 장학금 돌려받은 교수들…"불가피했다" 1심 무죄
(출처=뉴시스/NEWSIS)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수년간 조교로 일하는 대학원생들의 장학금을 다시 돌려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립대학교 교수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로 인해 편법을 사용했을 뿐 사기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배성중 부장판사는 최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이모(49) 교수와 조모(52) 교수에 대해 각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 소재 한 사립대의 공과대학 학부장을 맡았던 이 교수는 2012년 9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실제로 교육조교로 활동하지 않을 대학원생들을 조교로 위촉되게 한 후 그들로부터 40회에 걸쳐 총 2억4500여만원의 장학금을 돌려받아 학부 운영경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교수로부터 학부장 직책을 넘겨받은 조 교수 역시 2015년 3월부터 2016년 9월 사이 같은 방식으로 31회에 걸쳐 2억여원의 장학금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결과 이 학교는 교육조교들에게 등록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하는데, 해당 학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이중 10%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환수해 학부장 혹은 행정담당 직원 명의의 계좌에 입금해 관리해왔다.

해당 학부는 매 학기 말 수업이 모두 끝나면 실제로 조교활동을 한 대학원생들에게 수업기여도에 따라 위 장학금을 배분해 지급하고, 일부 금액은 학교의 지원을 받지 못한 학부 행사 및 회의 비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배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이 교육조교로 임명한 대학원생들이 조교로 일할 의사가 없음을 알면서도 그러한 의사가 있는 것처럼 학교법인을 기망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해당 학부에서 위 방식으로 장학금을 사용하게 된 경위는 학교법인에서 배정해준 8명의 인원만으로는 실질적인 수업보조 등이 불가능해 실제로는 20~35명이 역할을 담당했기 때문"이라며 "학교법인은 한정된 조교에 대한 장학금 외의 별도 인건비를 책정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배 부장판사는 "학교법인에서 현실에 맞춰 조교규정을 개정하거나 인건비를 별도로 지급하지 않은 것은 장학금 명목으로 인건비를 지급해 교육부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것이라는 피고인들의 주장에 수긍할 점이 있다"며 "해당 학부 등의 수차례에 걸친 문제제기로 2017년 7월에 이르러서야 조교규정이 개정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결국 조교제도 운영에 있어 규정과 현실이 괴리되는 상황에서 해당 학부의 운영방식은 오랜 관행으로 정착돼 온 것으로 보이고, 학교법인도 이러한 사정을 충분히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며 "설사 교육조교의 장학금을 편법적으로 운용한 것이 잘못이라고 보더라도 이를 형사법적으로, 특히 학부장에게 사기죄의 죄책까지 묻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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