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금감원, 삼성생명 징계가 능사 아니다

관련종목▶

암보험금 판결과 충돌
감독당국 권위 깎일라

[fn사설] 금감원, 삼성생명 징계가 능사 아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금융감독원 건물. /시스
암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은 지난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생명보험 업계 1위 삼성생명에 기관경고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징계가 금융위원회에서 확정되면 삼성생명은 1년간 신사업 진출 길이 막힌다. 삼성생명으로선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이다. 대법원은 지난 9월 관련 소송에서 삼성생명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은 앞서 1, 2심이 내린 판결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 같은 판결에도 불구하고 삼성생명이 부당하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제재를 강행했다.

일이 이렇게 꼬인 것은 유감이다. 암환자 가운데 요양병원에서 장기 치료를 받은 이들에게도 암보험금을 지급할 것이냐가 쟁점이다. 삼성생명은 금감원 권고에도 불구하고 일부 환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그러자 암환자 1인이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줄곧 삼성생명에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 문제는 올봄 암 환우들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등 정치권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금감원도 고심을 거듭했다. 제재심은 지난 3일에 열린 2차 심의에서 8시간 마라톤 회의를 거쳐 기관경고 결정을 내렸다. 내부에서도 찬반 논란이 컸다는 뜻이다. 금감원 주장도 일리는 있다. 사실 법원 판결은 소송을 제기한 암환우 1인에 대해서만 효력을 미친다. 그러니 전반적인 암보험금 지급 관행에 대한 판단은 금융감독 당국이 따로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감원의 이 같은 태도는 행정편의주의적이란 비판을 살 만하다. 결국 법원 판결을 무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환파생상품인 키코(KIKO)를 보라. 10여년 전 금융위기 때 KIKO 불완전판매를 두고 은행 등 금융사와 기업 간에 크고 작은 소송이 잇따랐다. 많은 경우 법원은 금융사 손을 들어줬다. 이렇게 키코 사태는 사법부의 결정으로 정리가 됐다. 그런데 뜻밖에 지난해 금감원이 다시 키코 사태를 되살려 금융사에 적절한 배상을 권고했다. 금융사들은 이 권고를 귓등으로 들었다.

어려움에 처한 암환우들이 넉넉한 보험금을 받을 수 있길 바란다. 삼성생명은 행여 깨알만 한 약관을 앞세워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것은 아닌지 한번 더 생각해주기 바란다. 그렇다고 금융사가 암보험금을 인심 쓰듯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금융시장 질서가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최종 판결을 내렸다. 그렇다면 장차 비슷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약관 등 제도를 뜯어고치는 게 당국이 할 일이다. 금감원이 자꾸 법을 넘어선 결정을 내리면 오히려 권위가 실추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