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명동에 위치한 건물 곳곳에 공실이 발생해 임대 문구가 붙어 있다. 거리엔 오가는 사람이 얼마 없이 한적한 모습이다. 사진=서동일 기자
수험표를 들고 무리 지어 거리를 활보하던 젊은이들이 사라졌다. 직장인 연말회식과 송년모임도 물 건너간 지 오래다. 서울시는 밤 9시 이후 모든 점포 운영을 중단하는 사실상 '도시 셧다운'을 발표했다.
억울하다고 하소연할 수도 없다. 뉴스를 틀면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간단 소식뿐이다. 야속하게도 수능시험 당일인 3일 신규 확진자 수가 역대 최고인 629명을 기록했다. 6일(0시 기준)엔 이를 또 넘겨 631명으로 집계됐다. 연일 신규확진자가 최고치를 넘기자 정부는 이날 오후 수도권 거리두기를 2.5단계로 전격 격상했다.
■발길 끊어진 대학가
서울 주요 상권 중 하나로 꼽혔던 이화여대 앞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까지 감돈다. 상권을 떠받치던 두 기둥인 중국인 관광객과 1020 여성들이 수개월째 자취를 감춘 탓이다. 상인들 얼굴엔 짙은 우울감까지 묻어난다.
친구와 함께 10년 넘게 옷가게를 운영했다는 이모씨(30대·여)는 지난 5일 "사람이 와야 물건을 팔고, 사람들이 외출을 해야 옷을 사는데 코로나가 그걸 다 망쳐버렸다"며 "앉아서 어차피 안올 줄 아는 손님들 기다리는 심정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하소연했다.
우울증을 호소하는 업주도 있다. 신촌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윤모씨(40대·여)는 "몇 달 전부터 일하러 나가기도 싫고 매장 청소하는 것도 싫어졌는데 생각해보니 매출이 너무 없어서 마음이 다친 것 같더라"며 "심리상담을 하는 곳에 가서 이야기를 하니 비슷한 자영업자가 요즘 정말 많아졌다고 걱정하더라"라고 털어놨다.
윤씨는 방역수칙 강화로 매장에서 영업을 하지 못하는 기간만이라도 임대료를 낮춰달라고 건물주에게 이야기를 했다가 "젊은 사람이 계약한 것도 안 지키느냐"고 싫은 소리만 들었다며 "자영업이란 게 아무리 모든 책임을 본인이 지는 거라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위로 한마디 없이 돈을 다 받아가는 건물주가 너무 야속하다"고 토로했다. 이맘때면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이들로 붐볐던 신촌 거리는 텅 비어 있다. 영업시간이 돼도 문을 열지 않는 점포도 여럿이다. 매출이 절반 이상 고꾸라진 음식점들은 늦은 밤까지 불을 켜두고 배달전화만 기다린다. 사람 없이 불만 환하게 켜진 매장들이 자아내는 풍경은 어딘지 을씨년스럽다.
■수험생 특수? "외출도 안하는데…"
예년이면 수험생 특수를 노려 각종 이벤트에 여념 없을 백화점도 행사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 일부 지점을 제외하면 수험생 대상 행사를 하는 곳이 눈에 띄지 않는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입점한 한 브랜드 관계자는 "백화점에서 행사 안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학생들이 밖엘 나가고, 신학기에 학교에 나갈 수 있어야 옷을 사고 가방을 사는데 내년에도 비대면 할 게 뻔하지 않나"라며 손사래를 쳤다.
강화된 방역조치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도 걱정이다. 백화점업계 한 관계자는 "백화점의 경우 대부분의 매장이 오후 8시30분 전에 닫았기 때문에 이번 규제와 상관이 없지만 그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이 걱정"이라며 "생필품을 파는 대형마트와 달리 백화점은 분위기를 많이 타는데 12월 대목은 사실상 포기해야 할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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