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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부유세? 누더기 세제를 더 누더기 만들 것

[fn사설] 부유세? 누더기 세제를 더 누더기 만들 것
5선 중진인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페이스북에서 "소득 최상위층을 대상으로 하는 부유세법을 발의하겠다"고 말했다./뉴스1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페이스북에서 "소득 최상위층을 대상으로 하는 부유세법을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부유세를 도입해야 할 이유로 세가지를 들었다. 빈부격차 심화, 코로나 사태로 인한 사회취약계층 지원, 국가채무 급증에 대응이 그것이다. 이 의원은 5선 중진으로 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 공동위원장도 맡고 있다. 그의 발언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국채가 아니라 증세를 통해 난제를 풀어가자는 데는 우리도 동의한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부유세인가. 부자들한테 찔끔 더 걷는 정도로는 이 의원이 말한 3대 난제를 풀 수 없다. 빈부격차 완화가 어디 세금 몇 천억, 몇 조원 더 걷는다고 풀릴 일인가. 내년부터 한 해 100조원씩 불어날 국가채무에도 브레이크를 걸 수 없다.

문재인정부는 사실상 보유세 증세에 나섰다. 하지만 납세자에 대한 설득 과정을 생략하는 바람에 조세저항이 거세다. 보유세를 마치 죄악세 걷듯 한다. 부유세도 비슷한 길을 걸을 공산이 크다. 빈부격차를 완화하고 눈덩이 나랏빚에 대응하려면 여론 설득을 통한 정통 세제개편이 필요하다. 코로나 사태에서 보듯 한국은 고용 등 사회안전망이 숭숭 뚫렸다. 이 구멍을 메우려면 단순 부유세가 아니라 간접세인 부가가치세도 올리고, 소득세 전반을 손보는 대대적인 작업이 필수다.

이 의원이 부유세 사례로 아르헨티나를 언급한 것도 적절치 못하다. 남미의 아르헨티나는 포퓰리즘 전통이 강한 나라다. 반면 한국은 아직 국제사회에서 재정 모범국 대우를 받는다. 우리가 아르헨티나를 따라갈 이유가 없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뒤 주요 선진국 가운데 부유세를 걷었다는 얘기도 듣지 못했다.

부유세를 제안한 이 의원의 선의를 믿는다. 다만 그 선의가 제대로 효과를 내려면 납세자 모두의 고통분담이 불가피하다. 진실로 나라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보편 증세를 말해야 한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선거에서 불리하니까 하나같이 입을 다문다. 그 통에 세제는 누더기가 됐다. 부유세는 누더기를 하나 더 입히는 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