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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법 전운 최고조…野 '필버' 카드에 與 '임시국회' 대응

與, 공수처·공정경제3법 등 강행 처리 나서…9일 본회의 목표 野, 안건조정위 카드 냈지만 효과는 無…필리버스터 나서기로 패스트트랙 정국 때처럼 여야 극한대립…연말 정국 급랭 수순

공수처법 전운 최고조…野 '필버' 카드에 與 '임시국회' 대응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7일 오후 국민의힘 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등 입법 강행에 맞서 서울 국회 법사위 회의실 앞에 집결해 규탄 구호를 외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를 뚫고 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0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형섭 한주홍 문광호 기자 = 올해 첫 정기국회 종료를 이틀 앞둔 7일 여야에 다시 전운이 짙게 깔리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9일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과 공정경제 3법 등 민생·개혁 입법 과제의 강행 처리를 시도하자 야당인 국민의힘은 사생결단의 각오로 법안 처리 저지에 나섰다.

특히 국민의힘이 공수처법 저지를 위해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꺼내들기로 하자 민주당은 곧바로 12월 임시국회 소집으로 맞대응키로 하면서 지난 연말연초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때와 같은 극한 대립이 재현될 전망이다.

9일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이날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잇달아 잡아 놓은 민주당은 공수처법 개정안 단독 처리에 행동으로 나섰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레(9일)까지 공수처법과 국정원법, 경찰법 등 권력기관 개혁 3법을 반드시 처리해 국민의 열망을 이행하겠다"며 "어떠한 집요한 저항에도, 무리한 시도에도 굽히지 않겠다. 제가 책임지고 권력기관 개혁을 입법화하겠다"고 야당과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이 공수처법 저지를 위해 의원 전원에게 법사위 회의장 앞 소집령을 내림에 따라 국회에는 긴장감이 고조됐다.

주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여당에서 오늘 중으로 법사위에서 공수처법 등 법안 날치기 처리를 시도하고 있다"며 "의원님들께서는 금일 오전 9시30분까지 본관 4층 법사위 회의장 앞으로 모여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공수처법 전운 최고조…野 '필버' 카드에 與 '임시국회' 대응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 출범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07. photo@newsis.com
이런 가운데 민주당 김태년·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오전에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가진 회동에서 공수처장 후보 추천과 관련해 '여야 원내대표 간 밀도 있는 협의'에 합의하면서 대치가 해소되는 듯 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과 상임위 논의는 별개라는 입장에 따라 법사위 소위에서 공수처법 개정 시도에 나서면서 여야는 다시 충돌했다.

야당이 반대해 온 5·18 특별법을 소위에서 강행 처리하는 데 성공한 민주당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시 야당의 비토권 무력화를 골자로 한 공수처법 개정안도 상정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 회의장에 난입하는가 하면 법안 의결 과정에서 여야가 고성을 주고받는 등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벌어진 '동물국회'를 연상케 하는 장면도 보였다.

국민의힘은 공수처법 개정안 상정에 강하게 항의하면서 안건조정위원회 회부 요구로 일단 소위 의결은 막았다.

하지만 민주당은 오는 8일 조정위를 거쳐 곧바로 전체회의에 올리면 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안된다는 계산이다.

공수처법 전운 최고조…野 '필버' 카드에 與 '임시국회' 대응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을 일방 처리 하려한다"고 규탄 발언을 마친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07. photo@newsis.com
안건조정위는 위원장과 간사 간 합의하에 구성되고 조정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조정안건을 의결할 수 있다. 조정위에서 처리된 안건은 바로 전체회의로 넘어간다.

조정위는 6명으로 구성되는데 위원 구성은 의원 수가 가장 많은 교섭단체와 그 외 교섭단체에 속한 위원 수를 같게 해야 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3명, 국민의힘은 2명의 조정위원을 추천할 수 있는데 나머지 1명인 비교섭단체 몫 조정위원은 친여 성향인 열린민주당의 최강욱 의원 뿐이다.

최 의원까지 더하면 민주당은 조정위원 3분의 2 이상(4명)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안건조정위를 통해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를 지연시키는 데 성공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민주당은 이날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정경제 3법 중 법사위 소관인 상법을 제외한 2법(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과 함께 사회적참사진상규명위원회 활동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의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사참법) 개정안 단독 처리에도 착수했다.

여당 정무위 간사인 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당초 의사일정에 없던 공정경제 3법 중 2법과 사참법 개정안 등의 추가 상정을 골자로 한 의사일정 변경 동의 건을 내고 이를 민주당 소속인 윤관석 정무위원장이 받아들이면서다.

이에 반발한 국민의힘은 법사위 소위에서와 마찬가지로 공정거래법과 금융그룹감독법, 사참법 등 3법에 대한 안건조정위원회 회부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비교섭단체 몫 조정위원에 정의당 배진교 의원이 배정되면 민주당 구상대로 강행 돌파될 공산이 큰 상황이다.

공수처법 전운 최고조…野 '필버' 카드에 與 '임시국회' 대응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회적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사참위법) 개정안과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이 상정되자 국민의힘 간사인 성완종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07. photo@newsis.com
이날 문재인 대통령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권력기관의 제도적 개혁을 드디어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며 "개혁 입법이 반드시 통과되고 공수처가 출범하게 되길 희망한다"고 한 만큼 민주당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당초 목표대로 9일 민생·개혁 입법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고위전략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법은 누차 강조했듯이 내일(8일) 법사위 전체회의서 반드시 통과시킨다"며 "공정경제 3법도 통과시킨다. 법사위는 법사위대로, 정무위는 정무위대로 내일까지 상임위 차원에서 처리가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수적 열세를 절감한 국민의힘은 법사위 회의장 앞에서의 농성과 본회의까지 로텐더홀 철야 등을 통해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비판하는 여론전에 집중키로 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오는 9일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주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써서 저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이에 대응해 오는 10일부터 회기가 시작되는 12월 임시국회를 소집하며 필리버스터 무력화에 나섰다.
필리버스터는 해당 회기에만 국한되기 때문에 9일 필리버스터로 정기국회가 종료되면 곧바로 10일 임시국회에서 공수처법을 처리하면 된다는 계산에서다.

홍정민 원내대변인은 기자단 공지를 통해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오는 9일 본회의 필리버스터를 결의해 민주당에서는 개혁입법 처리를 위해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연초까지 검·경 수사권 조정 및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놓고 야당의 필리버스터와 여당의 임시회 쪼개기 전술이 맞붙었던 극한 대립 정국이 재현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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