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중 과잉유동성을 회수하기 위한 경보음을 잇달아 울리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대응을 위해 시중에 적잖은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실물 경기 회복에 앞서 자산시장이 급등하는 부작용이 우려돼 가계와 기업의 부채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구두 개입에 나선 형국이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8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위기 대응 과정에서 빠르게 늘어난 시중 유동성이 자산시장의 이상과열을 야기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하겠다"며 "자산가격 상승 기대 심리까지 더해질 경우 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길 수 있어 자산시장 이상과열 가능성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본격화될 경우 국내외 경제 회복과 동시에 주식이나 부동산시장 등 자산가격이 동반 급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산시장 급등 조짐은 이미 시작됐다. '상수'가 된 부동산시장뿐 아니라 주식시장이 특히 그렇다. 지난 4일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27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김 차관은 "최근 국내 주가 상승세는 향후 코로나 확산세 완화, 그에 따른 국내외 경제 회복, 우리 기업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긍정적 신호지만 자산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해선 유의해야 한다"고 경계했다. 실물경제 회복이 지연돼 자산가치가 재조정에 들어간다면 빚을 내 투자한 이들이 낭패를 볼 수 있단 의미다.
가계 빚은 이미 적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585조5000억원, 판매신용 잔액은 96조6000억원으로 가계신용이 총 1682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의 88%까지 불어났고, 처분가능소득 대비로는 170%가 넘는다. 증가폭도 기록적인 수준이다. 3·4분기 가계 빚 증가 폭은 45조원에 육박했다. 지난 2016년 4·4분기(46조원 증가) 이후 역대 두번째 증가폭이다. 부동산시장 급등에 따른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에 줄을 선 탓이다.
과잉유동성 회수 방법으로 대출 문턱을 높여 신규 대출을 틀어막고 기존 대출을 회수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이와 관련, 김 차관은 "최근 신용대출 관리대책 이후 가계부채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금융 현장에서 상환능력을 감안한 가계대출 심사가 이뤄지도록 하는 등 가계부채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회사에 대한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금융기관 스스로가 손실 흡수 여력을 보강하도록 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날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선제적 기업구조조정' 언급도 이날 정부의 과잉유동성 회수와 같은 맥락이란 해석도 있다. 윤 원장은 전날 한 심포지엄에 참석해 "전 세계 부채 규모가 올해 3·4분기 30경원을 돌파해 이른바 '부채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며 "특히 기업부채는 정부부채 다음으로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코로나19가 일단락돼 금융지원이 종료될 때 절벽효과를 대비하면서 국내 경제의 연착륙을 위해 선제적인 구조조정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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