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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시작한 헬스장 트레이너 "급여없는 3주, 생계가 막막" [거리두기 2.5단계 첫날]

체육시설 사장님들은 한숨만
"매달 임대료만 700만원인데"
폐업 불안에 직원들도 덜덜
PC방업계는 '9시 셧다운' 체념
"3월 이후 영업타격 회복 안됐는데"
학원업계는 '영업정지' 반발
"직업훈련학교는 왜 예외 두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조치로 8일부터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에서 2.5단계로 격상되면서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졌다.

상당수 자영업자는 '수능 특수' '연말 특수'가 실종된 기간 동안 "어떻게 버텨야 하는가"라며 고개를 떨궜으며 일부는 업종별 영업제한 기준이 모호하다며 불만을 내비쳤다.

한 체육시설 운영업주는 "당초 일반 카페와 브런치 카페 간 영업 기준을 다르게 적용했던 선례를 또 잇고 있다"며 "킥복싱장은 영업 제한인데, 복싱장은 영업이 가능하다고 한다. 도대체 무슨 기준이냐"고 지적했다.

■ "헬스장 업계,'폐업'은 단골 주제"

헬스장에서 트레이너로 근무하던 남모씨(25)는 이날 평소 출근 시간인 오전 9시에도 집에 머물렀다. 2.5단계 적용으로 3주간 '강제 휴가' 기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지난달 2단계 적용으로 밤 9시 이후 영업금지가 적용되면서 남씨가 근무하는 헬스장의 매출은 2주간 약 500만원 이상 타격을 입었다. 매달 임대료로만 700만원이 지출되는 상황에 헬스장 업계에선 '폐업'이 단골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남씨는 "어제 결제했는데 오늘 사장이 바뀌어 있거나, 문이 닫힌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며 "아마 이번에 3주간 영업 자체를 할 수 없게 되면서 헬스장들이 입을 손해는 막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가정이 없는 남씨는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다. 가정이 있는 그의 동료들은 이미 배달이나 다른 일거리를 알아보고 있다.

트레이너 김모씨(34)는 택배일을 시작했다. 급여가 없는 3주 동안 생계를 잇기 위해서다. 남씨는 "모든 상황을 보고 있자 하니 착잡하다"면서 "말하고 싶은 정도를 넘어 사실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며 애써 쓴웃음을 지었다.

■ "방역지침 따라야죠" 한숨

이날부터 밤 9시까지 영업이 제한되는 PC방 업계도 체념한 분위기다. 앞서 지난 3월 밀폐된 다중이용시설로 노래방, PC방, 클럽 등이 꼽혀 집합금지제한 명령 대상에 오른 바 있는 탓이다.

서울 송파구 석촌역 인근 A피씨방의 문은 오전 8시가 넘은 시각에도 굳게 닫혀 있었다. 출입문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밤 9시까지만 영업한다"는 안내글이 붙어 있었다.

송파구 방이동의 B PC방도 당초 24시간 영업에서 지난 5일부터 밤 9시까지 영업시간을 조정했다. B PC방 아르바이트생은 "PC방 특성상 늦은 저녁 시간에 오는 손님들이 많은데, 점주님도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1층에 위치한 마포구 소재 C PC방 관계자는 "요즘은 날씨가 추워 문을 닫고 있지만 워낙 PC방에서 감염에 대해 민감한 분위기가 조성돼 출입문을 열어두고 환기나 소독에 더욱 신경 쓰고 있다"며 "그래도 지난 3월 이후 타격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일각에서는 학원에 3단계에 준하는 '영업정지'가 적용된 데 반발하고 있다.
방역당국이 방학을 맞은 학생들의 이동 최소화를 위한 조치로, 수도권 내 학원과 교습소 운영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마포구 학원 관계자 최모씨는 "직업훈련학교는 왜 예외인지 모르겠다. 아이들 학원은 방역 때문에 문 닫으라 하고, 멘보샤, 순대볶음 가르치는 직업훈련학원은 괜찮다고 하는데 논리가 뭔지 모르겠다"며 "피가 거꾸로 솟는다"며 격분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김준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