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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전군 출신 오스틴 美 국방장관 지명…정권 초기 '안정' 방점

야전군 출신 오스틴 美 국방장관 지명…정권 초기 '안정' 방점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시사잡지 애틀랜틱 기고문 '내가 국방장관에 로이드 오스틴을 선택한 이유' 링크와 함께 국방장관 발탁 배경을 밝혔다. © 뉴스1

(서울=뉴스1) 배상은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국방장관에 로이드 오스틴(67) 전 중부사령관을 공식 지명하면서 향후 한미 관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된다.

취임 시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출신 국방장관이 되는 오스틴 지명자는 군 안팎에서 병참(logistics) 전문가로 통한다. 향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급 등 비전투·비전통적 안보위협에 대응하면서, 행정부 출범기 '통합'과 '안정'에 방점을 찍은 인사로 평가된다.

다만 한국 등 동아시아 근무 경력이 없고 정치적 성향이나 전략 등도 알려진 것이 없는만큼 한국으로서는 외교적 접근을 할 공간이 제한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든 당선인은 8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오스틴 전 사령관을 국방장관 지명에 지명한다고 공식 밝혔다.

오스틴 지명자는 1975년 미 육사(웨스트포인트) 졸업 이후 41년간 군복무 뒤 2016년 미국의 중동 지역 군사 작전을 총괄하는 중부사령관을 끝으로 퇴역했다. 흑인 장군 최초로 육군 사단을 전투에서 지휘했고 작전 전구 전체를 감독하는 등 야전 경험이 풍부하지만 중국이나 한국 관련 경험은 특별히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CNN과 폴리티코 등 미 주요 매체들은 오스틴 지명자의 발탁 배경으로 평소 자신을 내세우지 않은 성정과 물자수송 등 병참 관리경험이 많은 점 등을 꼽았다. 흑인 최초 국방장관이라는 상징적 의미와 향후 코로나19 백신 보급 임무에 최적임자라는 평가를 고려한 결정으로 평가된다.

바이든 당선인도 이날 미 시사잡지 애틀랜틱에 당선인 신분으로서 이례적으로 '내가 국방장관에 로이드 오스틴을 선택한 이유'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내고 현재 미국 국가안보가 "막대하고 긴급한 위협과 도전"에 직면있음을 강조하면서 인선 배경으로 '안정'을 꼽았다.

바이든 당선인은 "우리는 오스틴처럼 군대가 국가 안보 수단 중 하나일 뿐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외교를 통해) 미국의 리더십을 복원하고 전염병 대유행에서 기후변화, 핵 확산에서 난민 위기까지 세계가 글로벌 위협에 대처하도록 결집시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비전통적 안보위협에 대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해야 하며 그가 적임자라는 뜻으로 읽힌다.

사실 오스틴 지명자는 당초 미국 역사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으로 유력시됐던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부 정책잠당 차관이 방산업체들과 커넥션 의혹으로 당내 진보 세력 반대에 부딪히면서 뒤늦게 급부상한 인물이다.

플러노이 전 차관은 외교안보 분야의 컨설팅 회사인 '웨스트이그젝' 및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에서 활동하면서 방산업체 지원을 받아온 이력이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오스틴 지명자 역시 퇴역 후 방산업체 이사회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어 향후 인준 과정에서 이해 상충 문제가 불거질 여지가 있다.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오스틴 지명자 낙점이 한국의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높아진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클린턴·오바마 행정부를 거친 펜타곤 내 대표적 전략통이자 안보 전문가로 종종 언론 기고 등을 통해 자신의 관점을 밝혀온 플러노이에 반해 오스틴 지명자의 정치적 성향 등은 별로 알려진 게 없다는 점에서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플러노이가 지난 6월 포린어페어스 기고문 등을 통해 해외 주둔 미군의 전진배치 재조정과 중국 전략 자산 대응 능력 확보 등의 방향을 분명히 해왔던 것에 반해 야전사령관 출신 오스틴의 정책은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며 "우리로서는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앞으로 상원 청문회에서 그런 부분이 해소될 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야전군 출신인만큼 향후 취임 시 한미 간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문제와 관련해선 한층 깐깐한 검증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야전군 전통에 따라 현지 주둔 사령관의 의견을 중시하면서 '정치적 결단이나 상황' 보다는 '원칙에 기초해' 각각의 조건 충족 여부를 세심히 따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경우 로버트 에이브럼스 현 주한미군사령관이 문재인 정부 임기 내(2022년 5월) 전작권 전환 가능성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해온 가운데 후임으로 지명된 폴 라카메라 태평양사령관의 판단이 전작권 전환 시기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해외주둔 미군 재조정 정책이 계속 추진됨에 따라 주한미군 재편 역시 가속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병참 전문가의 국방장관 기용으로 주한미군의 순환배치 또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박 교수는 "전진 배치된 해외 주둔 미군을 재배치하려는 미 국방부의 정책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과도한 국방비 지출 등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며 "오스틴 취임시 군수, 국방 운용에 풍부한 경험을 살려 기존의 재편 과정을 훨씬 더 빠르게 단축하고 그 과정에서 한미 방위비 분담금도 전반적 비용 항목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