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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실손보험 개편, 이제 겨우 첫걸음 뗐다

[fn사설] 실손보험 개편, 이제 겨우 첫걸음 뗐다
뉴시스
금융당국이 9일 민간 실손의료보험 개편안을 내놨다. 비급여 치료는 특약으로 분리했다. 비급여 치료를 많이 받을수록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 개편안은 내년 7월부터 시행된다. 신규 가입자는 새 상품만 가입할 수 있다. 기존 가입자에겐 선택권이 주어진다.

개편안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민간 실손보험은 3800만명이 가입했다. 사실상의 제2 건강보험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몇 년간 실손보험은 두 가지 부작용을 낳았다. 먼저 도덕적 해이다. 입원하면 실손보험 가입 여부부터 묻는다. 가입자에겐 실손보험을 믿고 비싼 비급여 치료를 남발했다. 도수치료, 각종 주사제가 대표적이다. 병원과 환자의 이해관계가 일치했다.

이 통에 보험사들은 눈덩이 적자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17년부터 쌓인 적자가 올해까지 6조원이 넘는다. 보험사가 적자를 없애려면 보험료를 올리거나 판매를 중지할 수밖에 없다. 실제 10여개 보험사가 실손보험 판매를 접었다. 결국 소수의 과잉진료가 다수의 희생으로 이어지는 꼴이다. 이 같은 관행은 바로잡아야 마땅하다. 민간 의료보험은 수혜자 부담 원칙을 지키는 게 맞다.

개편안을 시행하면 실손보험 시장이 당장 정상으로 돌아갈까. 그럴 것 같진 않다. 개편안은 의료수가라는 본질은 건드리지 않았다. 의료계는 정부에 국민건강보험 의료수가 인상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그 뜻을 이루지 못하자 비급여 치료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케케묵은 의료수가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실손보험 왜곡도 풀기가 쉽지 않다. 병원(의사)은 갑, 환자는 을이다. 의사가 신기술이 나왔다며 비급여 치료를 권하면 환자는 지푸라기라도 잡을 수밖에 없다. 결국 환자 입장에선 전보다 더 비싼 보험료를 내더라도 비급여 특약에 가입해야 할 형편이다.


의료수가는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수가를 올리는 만큼 건보료를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은 개편안의 정착에 힘을 쏟되 중장기적으로는 정부와 의료계가 의료수가 절충안을 찾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쳐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