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반발에도 정부가 강행했던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가 결국 없던 일로 돌아갔다. 당초 정부 원안은 전속고발권 폐지를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담았지만, 국회로 넘어가면서 여당이 그동안 고수해온 폐지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일각에서는 검찰 권한 확대에 대한 여당의 견제가 작용했다고 평가한다. 재계가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관련해 우려하던 독소조항 중 하나가 제외됐지만, 지주사 체제 요건 강화와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 등 다른 조항은 여전히 재계와 이견을 빚고 있다.
9일 국회에 따르면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에서 전속고발권 폐지가 빠져 시행될 예정이다. 전속고발권은 담합사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의 공소제기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공정위뿐 아니라 검찰도 담합 수사를 직권으로 할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은 기업 불공정행위 규제를 강화하겠다며 개정안을 강행한 바 있지만 갑작스럽게 삭제로 노선을 변경했다.
공정경제3법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지주사 체제 요건 강화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 △공익법인의 의결권 제한 등이 담겼다. 경제계가 가장 강하게 반발해 온 '전속고발권 폐지' 조항은 앞서 정무위원회 안건조정위에서 통과됐지만, 여당이 전체회의에서 다시 수정해 삭제됐다.
재계에서는 그동안 전속고발권 폐지를 두고 고발 남발, 중복수사, 별건수사 등으로 재계에 과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특히 재계는 경쟁사업자, 시민단체 등이 전문적 검토 없이 검찰에 고발하거나 법적 대응능력이 약한 중소기업의 부담이 늘어날 것을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우려에도 개정안을 강행하던 여당이 갑작스럽게 입장을 바꾼 것은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으로 인해 검찰 권한을 견제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전속고발제 폐지는 윤 총장 등 검찰 특수부 라인이 줄기차게 주장했던 사안으로 전해졌다.
전속고발권 폐지조항 삭제에도 불구하고 재계의 반발요소는 여전히 남아있다.
우선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로 대표되는 내부 사익편취 규제대상을 총수 지분 상장 30%, 비상장 20%에서 상장·비상장 20%로 넓혔다. 그 계열사들이 50% 초과 지분을 가지고 있는 자회사까지 규제 범위도 넓어진다.
신규 지주회사의 자·손자회사 의무지분율이 상향된다. 상장회사는 20%에서 30%로, 비상장회사는 40%에서 50%로 높아진다.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이유에서 공익법인 의결권도 제한된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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