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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식' 없는 거여 입법독주 반년…앞으로 3년 반도 '그들의 시간'

'죄의식' 없는 거여 입법독주 반년…앞으로 3년 반도 '그들의 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치고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0.10.28/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죄의식' 없는 거여 입법독주 반년…앞으로 3년 반도 '그들의 시간'
국민의힘 의원들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 등을 위해 본회의에 참석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항의하고 있다. 2020.12.9/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이러라고 180석 몰아줬나?"
"이러라고 180석 몰아줬다!"

어미 하나 차이로 말뜻은 완전히 달라진다. 4·15 총선 결과 180석을 확보했던 더불어민주당은 후자의 뜻으로 의석수를 해석한다. 그로부터 6개월이 흐른 현재까지 국민들은 여야 협상을 통한 절충이라는 의회 작동 원리의 실종을 보고 있다.

180석의 압도적 과반 의석과 18개 상임위원장 독식 구조는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야당의 의견을 깡그리 무시한 채 입법을 강행할 수 있도록 했고, 지난 7월 임시국회에 이어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사회적 합의나 여야 협의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개혁 입법'이라는 이름으로 중요 법안들을 밀어붙였다.

민주당이 10일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개정안을 결국 표결에 부쳐 강행 처리했다. 이후 순차적으로 열리는 본회의에서 국가정보원법 개정안과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을 처리할 방침이다. 모두 제1야당 국민의힘과 합의가 안 된 법안들이다.

앞서 4·15 총선 결과가 나오자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탄핵과 개헌만 빼고 다 할 수 있게 된 민주당의 '의회 독재'가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를 제기했다. 반론도 있었다. 여야 합의 정신을 무시한다면 사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함부로 힘의 논리를 내세울 수 없을 것이란 의견이었다.

21대 국회가 출범하고 반년이 지났다. 6개월 전 제기됐던 상반된 의견 중 현재 상황에 들어맞는 것은 무엇일까. 한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의 의회 독재·입법폭주는 현실이 됐고, 미래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권은 해당 법안들이 본회의에 오르기 위한 최종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할 때 이미 민주당의 '의회 독재' '입법 폭주'가 재현됐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지난 6개월간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사안이 합의로 처리된 적은 없다. 상임위 위원장 배분을 놓고서도, 임대차 3법을 통과할 때도 민주당은 거대 여당이 보일 수 있는 힘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민주당의 힘은 국회법에서 나온다. 국회법에 따르면 전체 300석 중 151석 이상을 확보한 정당은 법안·예산안·임명동의안의 단독 처리는 물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단독 추진, 야당의 필리버스터 무력화를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다.

여야 쟁점 법안을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할 때마다 국민의힘이 "우리가 실제로 저들의 독주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거침없이 힘의 논리를 내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정치학과 교수는 "현재의 보수야당은 과거 독재 시절에 대한 죄의식 같은 게 자리해 무언가 마음대로 하려고 해도 스스로 제동을 거는 습성이 있었다"며 "그러나 민주당은 자칭 민주화 세력 아닌가. 자신들이 하는 일이 무조건 정당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게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현재 상황과 지난 18대 국회 상황을 예로 들었다. 18대 국회에서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을 포함한 범여권의 의석수는 200석에 달했지만, 지금의 민주당처럼 마음 먹은 대로 입법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6개월간의 민주당 모습을 반추하면, 남은 3년6개월의 시간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심지어 2022년 정권이 교체된다고 가정하면 강도가 더 세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그러나 변수는 있다. 바로 스스로 분열하는 것. 가족보다 더 끈끈해 보이던 '나는꼼수다' 멤버들의 분열이 좋은 예다.

그리고 그 핵심 관문은 2022년 대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준비 과정에서도, 정권을 재창출하더라도 계파 싸움이 벌어질 수밖에 없고, 이것으로 180여석에 달하는 여권이 쪼개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기저에는 확실한 '친문' 대선 주자가 없다는 점이 자리한다. 이 같은 분석은 국민의힘 자체 노력으로는 민주당의 행태를 막을 수 없다는 역해석을 가능케 한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국민의힘이 무엇을 해도 민주당의 입법독주, 폭거를 막을 수 없는 것은 누구나 안다"며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흐르는 시간 속에서 제 발목을 잡을 일이 분명히 튀어나올 것이고 그렇다면 민주당은 분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