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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싱가포르 정상 합의 잠재력 충분…北외교 재개 촉구"(종합)

"北, 2년간 기회 낭비…큰 보상 있는 진지한 외교 기대" "전쟁 끝나고, 평화의 시간 왔다…남북미 노력해야" "하노이 회담 실패 아냐…北협상팀 권한 부족 문제"

비건 "싱가포르 정상 합의 잠재력 충분…北외교 재개 촉구"(종합)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미국과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2020.12.1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국현 김난영 기자 =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2018년 6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출한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합의가 여전히 유효하며, 미국과 북한, 한국이 함께 노력해 나아갈 길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북한을 향해 내년 1월 제8차 당대회를 계기로 외교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트럼프 행정부 임기 종료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한국을 방문 중인 비건 부장관은 10일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미국과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갖고 "싱가포르 회담의 합의 사항을 진전시키는데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잠재력은 여전히 충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 2년 반 동안 우리는 미국이 새로운 관계를 맺기 위해 70년 간의 갈등을 극복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북한에 분명히 했다"며 "유감스럽게도 지난 2년 동안 북한 카운터파트들은 많은 기회를 낭비했다. 그들은 합의를 위한 기회를 잡는 대신 장애물을 찾는 데 공을 들였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지난 2년간 좌절과 실망, 기회를 놓쳤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한반도를 위해 공유해 온 비전이 여전히 가능하고 끝이 아니라고 믿는다"며 "외교가 북한 문제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데 최선의 코스이며 최고의 코스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특히 비건 부장관은 "북한은 내년 1월 제8차 당대회와 같은 중요한 행사가 있다"며 "우리는 북한이 지금과 그 사이의 시간을 이용해 서둘러 외교를 재개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우리는 북한과 미국이 지속적 관여와 어려운 관여를 필요하지만 큰 보상이 있는 진지한 외교를 하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북미 정상은 2018년 6월 사상 최초로 이뤄진 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보장, 북미 관계 정상화 추진 등에 대한 역사적 합의를 이뤄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실행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에 대한 입장을 좁히지 못하면서 결렬됐다. 이후 북미 관계는 장기 교착 상태에 빠졌다.

비건 "싱가포르 정상 합의 잠재력 충분…北외교 재개 촉구"(종합)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미국과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2020.12.10. photo@newsis.com
비건 부장관은 하노이 정상회담에 대해 "실패하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문제점은 카운터파트가 비핵화에 대한 권한을 위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국과 함께 협상하는 북한팀이 좀더 권한이 있었다면 큰 진전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변은 완전한 비핵화의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어려운 점은 이게 다가 아니다"라며 "우리는 결코 한 쪽이 어떤 걸 하기 전에 모든 걸 다하길 기대하지 않는다. 공통의 목표가 중요하다. 시간이 촉박했고, 무엇이 가능한지 모색할 시간이 없었고, 협상팀이 정상회담 전주에 도착했을 때 논의할 권한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비건 부장관은 "미국이 지속적으로 북한에 제시한 것은 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 증진, 인도주의 상황 개선, 한반도 비핵화를 동시에 병행적으로 가자는 것이었다"며 "내 임기까지 이 목표를 지속적으로 할 것이고 북한이 의향이 있다면 병행적으로 다룰 수 있다. 나는 여전히 싱가포르 공동성선언이 우리가 나아갈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비건 부장관은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선 "내 임기는 끝나고 새로운 팀에게 모든 경험과 힘들게 얻은 지혜를 공유할 것"이라며 "전쟁의 시간과 분쟁의 시간은 끝났고, 평화의 시간이 왔다. 우리가 성공하려면 미국, 북한, 한국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파생된 정신이 중요하다. 모든 것이 가능하다"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각 국가에서 오는 대표들이 권한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만나 로드맵을 만들고 합의한 목표를 만들고, 지도자들이 확고하게 확정 짓는 것이다. 이것이 2년 반 동안의 교훈이다. 북한도 배우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비건 부장관은 한미 동맹에 대해선 "한반도 상황은 70년 간 바뀌었다. 동맹 역시 진화해야 한다"며 "진화된 한미 동맹은 남한을 북한으로 방어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 이상으로 두 나라에 막대한 이익을 줄 수 있다. 이는 양국 정부 간 의견 차이인 방위비 분담금과 전시작전권 전환 의견 차이를 해소하는 것도 포함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외교에서 중요한 요소는 좀더 크게 한반도에 대해서 바라보는 것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미 동맹의 역할"이라며 "방위비 분담금과 전작권 전환 시기 문제는 지도자들이 미래지향적인 동맹의 목소리를 듣지 못해 생긴 일이다. 한국 국민을 북한으로부터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미 동맹의 미래는 더 크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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