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민선희 기자 =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2018년 북미간 싱가포르 합의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북한을 향해 대화 테이블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지난해 '하노이 노딜'의 이유로 북측 실무 협상단의 권한이 제한적이었다는 점을 꼽았다.
비건 부장관은 10일 오후 아산정책연구원 초청으로 '미국과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합의 내용을 진전시키는 데는 실패했지만, 싱가포르 정상합의의 잠재력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년간 후퇴, 실망, 놓쳐버린 기회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대북특별대표를 맡은 첫날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공유한 한반도를 위한 비전이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대북문제 해결에 있어 외교가 최선의 길이자, 유일한 길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비건 부장관은 내년 1월 열리는 북한의 8차 노동당대회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이 지금부터 그때까지 외교 복원을 위한 길을 설명하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미국과 북한이 지속적인 관여와 어려운 거래를 필요로하지만, 엄청난 보상을 가져올 수 있는 진지한 외교를 하게 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 북미협상에 대해서는 "지난 2년간 우리는 북한에게 70년 반목을 뒤로하고 새롭게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다고 했지만, 그들은 너무나 자주 대화의 기회 대신 협상의 장애물을 찾는데 주력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문제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하노이 정상회담을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하노이 정상회담의 문제는 (북측) 카운터파트가 비핵화에 대한 권한을 위임받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북측 실무진이 좀 더 권한이 있었다면 큰 진전이 있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북한이 제시한 영변 핵시설 폐기 안을 받지 않은 이유에 대해 "영변은 완전한 비핵화의 중요한 요소이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라며 "실무 협상팀이 정상회담 전 주에 (하노이에) 도착했을 때, 그런 것에 대해 논의할 권한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실무단계에서 지속적으로 논의하지 않는 한, 지도자들이 논의를 명확히 이해하지 않는 한 합의는 어렵다"면서 "북한도 이를 배웠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양측 모두 지속적으로 신뢰를 구축해야하고, 미국은 준비가 돼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노이 노딜의 교훈으로 "북한을 사람으로 봐야한다"며 "북측 인사들도 인간적인 면모가 있었고, 진정성이 있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고,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교류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비건 부장관은 바이든 신 행정부에도 북핵 협상 경험을 공유하고, 남북미 협력을 강조하겠다고 했다.
그는 "대북특별대표로서 나의 임기는 곧 끝나고, 새로운 팀이 들어설 것"이라며 "나의 모든 경험, 조언, 약간의 지혜까지 모든 것을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은 끝났고, 평화의 시대가 왔다"며 "우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국, 한국, 북한이 함께해야하며 그렇게 해야만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가 오래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건 부장관은 바이든 행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질문에는 "미래에 대해서 추측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우리가 한 선택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과감하게 결정하고 전적으로 지원했다"며 "(이 덕에) 과거 70년 역사를 돌이켜봤을 때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북미 관계 전환, 항구적 평화 체계 구축, 궁극적으로 북한과의 경제 협력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비건 부장관은 한미동맹에 관련해서도 "한반도 상황은 70년간 바뀌었고, 동맹 역시 진화해왔다"며 "한미동맹은 미국과 한국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만, 동맹을 더 지속하기 위해서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등 한미간 현안을 언급하며 "지도자들이 미래 지향적인 동맹의 목소리를 듣지 못해 생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한미동맹의 미래는 한국을 북한으로부터 보호하는 것보다 더 크게 생각해야한다"며 "앞으로도 양국이 이를 적극적으로 추구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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