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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나라 안팎서 거품 경보음, 흘려듣지 말아야

백신효과로 과열 우려
선제 대응만이 최상책

[fn사설] 나라 안팎서 거품 경보음, 흘려듣지 말아야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빚 경보음이 조금씩 들려온다. 자산 거품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유동성이 급팽창했다. 이렇게 인위적으로 푼 유동성은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갖는다. 아직은 위기 국면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자산 거품을 걱정하면 다소 한가롭게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은행과 금융당국만큼은 선제적인 대응책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경보음은 나라 안팎에서 나왔다. 지난 8일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면서 "자산시장 이상과열 가능성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백신 보급이 본격화하면 경기회복 기대감에 자산가격이 더 크게 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시중 유동성이 자산시장의 이상과열을 야기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9일 한국의 가계·기업부채가 크게 늘었다면서 민간부채 위험수위를 기존 '주의'에서 '경보'로 한 단계 높였다. '경보'는 금융위기 이후 10년반 만에 처음이다. 국내 통계도 BIS 경보를 뒷받침한다. 9일 한국은행은 11월 가계대출이 한 달 전보다 13조6000억원 늘었다고 말했다. 월별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증가폭이다. 특히 무담보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대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은행 등 금융사가 대출 문턱을 높이려 하자 막판 수요가 한꺼번에 몰린 탓으로 보인다.

한은은 지난 5월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0.5%로 내렸다. 그 덕에 우리 경제는 경쟁국에 비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주열 총재의 발빠른 대응은 적절했다. 향후 과제는 연착륙이다. 돈이 넘치면 거품이 생기게 마련이다. 경기회복을 지탱하면서 동시에 자산에 낀 거품을 서서히 빼야 한다. 증시는 빚 내서 투자하는 '빚투', 부동산은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사는 '영끌'이 유행이다. 초저금리 아니면 생각할 수 없는 현상이다.

파티가 무르익을 때 슬쩍 술병을 치우는 것은 중앙은행과 금융당국의 숙명이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한은과 금융당국의 발빠른 대응은 호평을 받았다. 마무리도 선제대응이 최상책이다. 이미 금융당국은 금융권에 대출을 줄일 것을 종용하고 나섰다.
한은도 머잖아 기준금리를 손질해야 할 시기가 닥칠 것이다. 금융위기 전문가인 찰스 킨들버거(1910~2003년) 교수(MIT대)는 "금융위기는 계속 피어오르는 질긴 다년생화"라고 말했다('광기, 패닉, 붕괴:금융위기의 역사'). 악마는 맨 뒤에 처진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말도 있다. 한은과 금융당국이 늘 되새겨야 할 금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