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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노사 기울어진 운동장, 이젠 아예 뒤집혔다

[fn사설] 노사 기울어진 운동장, 이젠 아예 뒤집혔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오른쪽 네번째) 등 중소기업단체협의회 대표들이 9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현안관련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중기업계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중단과 주 52시간제 계도기간 연장 등을 촉구했다. /뉴시스
친노조3법(노동조합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이 9일 국회를 통과했다. 노조3법은 노조 편들기 일색이다. 해고자와 실업자가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 해고된 사람이 회사를 상대로 임금·단체협상을 벌일 수 있다. 퇴직공무원·교육공무원도 노조 가입이 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0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기초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반면 재계 요구는 거의 묵살당했다. 대체근로 허용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해고자·실업자의 사업장 출입제한과 시설점거 금지 조항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슬그머니 빠졌다. 노조엔 창을 주고 기업한테선 방패를 빼앗은 셈이다. 기껏 탄력근로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렸을 뿐이다. 이마저도 대다수 기업이 요구한 단위기간 1년에 못 미친다. 이대로라면 가뜩이나 기업에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예 뒤집어질 판이다.

한국은 노사분규가 잦은 나라다. 계절마다 춘투, 하투, 추투, 동투가 있다. 외국기업은 투쟁일변도의 한국형 노사문화를 두려워한다. 한국에 들어오고 싶어도 노조 때문에 주저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한국 노사협력 수준을 141개국 중 130위로 매겼다. 노동생산성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28위로 하위권이다.

이미 기업은 융단폭격을 맞았다. 독소조항투성이인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이 여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한국 기업은 외부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됐다. 이도 모자라 정부·여당은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까지 벼른다. 기업규제 3법과 노조법 처리로 기업 손발을 묶더니 아예 숨통까지 조이려 한다. 기업들은 규제 칼날에 만신창이가 돼버렸다.

국내 노조 관련법을 ILO 기준에 맞추는 것은 노동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이라는 점에서 타당한 점이 없지 않다. 하지만 노조 권한을 강화하는 만큼 기업엔 적절한 방어권을 줘야 한다.
그래야 균형이 잡힌다. 정부·여당은 이 같은 상식을 싹 무시했다. 그 부작용이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