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美 주일미군 경비 증액 요구에 日 "내년에 논의하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지난 10월 시작된 미국과 일본 정부 간의 2021~25년 주일미군 경비협상, 즉 미일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연내 합의안 도출에 이르지 못한 채 내년으로 넘어가게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1일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 "일본 정부는 주일미군 경비의 일본 측 부담에 관한 연내 합의를 보류하기로 했다"면서 "내년 1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미국 새 정부의 안보전략을 살펴본 뒤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군의 일본 주둔에 따른 양국 간 '주일미군 경비 부담에 관한 특별협정'은 5년마다 갱신되며 현행 협정의 기한은 일본의 2020회계연도가 끝나는 내년 3월이다.

일본 정부는 당초 올해 안에 주일미군 경비 협상을 끝낸 뒤 내년 1월 소집되는 통상국회(정기국회)에 새로운 특별협정 승인안과 주일미군 기지에서 근무하는 일본인 직원들의 내년도 급여와 공과금 등을 포함한 이른바 '배려(思いやり) 예산'안 등을 제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주일미군 경비 중 일본 측 부담액을 대폭 증액할 것을 요구해오는 바람에 협상을 마무리지 짓지 못했다고 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통령선거 때부터 미군의 한국·일본 등 해외 주둔 경비와 관련해 당사국 부담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올 6월 펴낸 회고록에서 "작년 7월 일본 방문 당시 트럼프 대통령 지시로 일본의 미군 경비 분담금 액수를 연 80억달러(약 8조6900억원) 수준으로 늘릴 것을 제안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일본이 현재 부담하는 연간 주일미군 경비 분담금의 4배를 훌쩍 넘는 금액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올해분 주일미군 경비 중 일본 측 부담액은 정부 본예산 기준 1993억엔(약 2조800억원)이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일본 측 부담금의) 대폭 증액을 요구하는 트럼프 정부보다는 '동맹국 중시'를 강조하는 바이든 정부와 협상하는 게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때문에 "미 정부의 재정여건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미 정부가 바이든 당선인 취임 뒤에도 일본 측 부담금 증액을 계속 요구해올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닛케이는 "내년 3월 말까지 주일미군 경비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4월부턴 미군기지 내 일본인 직원들의 급여 등이 지급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국에서도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 타결이 미뤄지면서 미군기지 내 한국인 직원들이 4월부터 2개월여 간 '무급휴직' 상태에 처한 적이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일단 내년 1월 국회엔 인건비 증액분 등을 반영한 2029억엔(약 2조1200억원) 규모의 배려예산안을 제출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