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필리버스터 시작했지만 두 차례 중단
주호영 "필리버스터 참으로 이상하게 운영돼"
"윤희숙 기록 경신하니 야당 입 막으려고 해"
최형두 "국민 저항권은 제한할 수 없을 것"
대북전단금지법 필리버스터로 여론전 지속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윤 의원은 최장 발언 기록(이종걸 전 의원·12시간 31분)을 넘어섰다. 2020.12.12.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 문광호 기자 =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종결 표결이 13일 오후 8시10분 예정된 가운데 국민의힘은 "어떻게 대응할 방법이 없다"며 국민들이 심판해줄 것을 여론에 호소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은 지난 9일 여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국정원법,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등 주요 법안을 야당과 협의 없이 처리하는 것에 대한 반발로 필리버스터를 시작했지만 정기국회 회기 만료에 따른 자동 종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발생 등으로 벌써 두 차례 중단됐다.
지난 9일 시작한 김기현 의원의 공수처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정기국회 회기 만료에 따라 약 3시간 만에 자동 종료됐다. 이후 10일 국정원법 개정안이 상정됨에 따라 이철규 의원을 시작으로 필리버스터가 재개됐지만 12일 오전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진자와 밀접 접촉해 검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멈추게 됐다.
여론전의 한 방편으로 필리버스터에 나선 국민의힘이지만 잇달아 흐름이 끊기면서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흘러나온다. 여기에 민주당이 전날 오후 코로나19 확산의 위급성을 들어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서를 제출하면서 같은 이유로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도 길게 이어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본회의 정회 직전 윤희숙 의원의 필리버스터가 종전 최장기록을 경신하면서 주목을 받았던 터라 국민의힘은 이날 여당의 종결 시도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여당 의원들이 번갈아 필리버스터에 나서는 것도 여론의 관심을 분산시키려는 의도라는 게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논의과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 앞서 마스크를 쓰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13. photo@newsis.com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필리버스터라는 게 우리나라에서 참으로 이상하게 운영되고 있다"며 "야당에게 주어진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인데 여당이 끼어들게 문희상 전 의장이 나쁜 선례를 만들어놨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은 180석 힘으로 입조차 막으려 한다"며 "처음에는 호기롭게 하는 데까지 해보라고 했다가 초선 의원들이 가담하고 윤희숙 의원이 최장 시간을 경신하니 야당의 입을 막겠다고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180석을 보장한 건 나라 일을 잘하라는 건데 국민들이 위임한 뜻에 전혀 반대되는 일을 하고 있다"며 "설해목(雪害木)이라는 말이 있다. 부드러운 눈도 쌓이면 억센 나뭇가지를 부러뜨린다. 아무리 센 권력도 민심을 이길 수는 없다. 저는 민주당과 집권세력의 잘못된 행태와 부정비리에 대한 민심의 분노가 나뭇가지 눈 쌓이듯 쌓이고 나면 나뭇가지는 부러져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국가 최고 안보기관의 손발을 자르고 국가안보를 위기에 빠트리는 국정원법 개정을 법사위 통과시켜 놓고는 이것을 막겠다는 야당의 무제한 토론마저 거대 의석을 동원해 '제한'하겠다 엄포를 놓고 있다"며 "국가안보의 근간을 흔드는 입법 폭거를 막으려는 국민과 야당의 항거가 무제한 국력 낭비란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태흠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가정보원법 전부개정 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13. photo@newsis.com 이어 "민주당에 경고한다. 필리버스터는 중단시킬 수 있어도 국민의 분노를 중단시킬 수는 결코 없을 것"이라며 "무제한 토론은 제한할 수 있어도 국민의 저항권을 제한할 수는 결단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도 뉴시스와 만나 "코로나19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우리가 공감대를 얻고 민주당이 수세에 몰리니까 이렇게 되면 안 되겠다 싶어서 부리나케 종결을 하는 것"이라며 "비겁한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대응할 방법이 없다면서도 대북전단금지법에 신청한 필리버스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여론전을 전개할 예정이다.
주 원내대표는 "숫자의 힘으로 강제 '스톱'(중단)시키는데 대응 방법 있나. 우리는 항의할 뿐"이라며 "필리버스터 과정에서 정권의 문제점들을 더 조목조목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도 진행할 것"이라며 "이미 신청돼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10일 상정된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에 대해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8시간44분)을 시작으로 민주당 김병기 의원(2시간1분), 국민의힘 조태용 의원(4시간48분), 민주당 홍익표 의원(2시간5분), 국민의힘 김웅 의원(5시간7분), 민주당 오기형 의원(1시간17분),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12시간47분), 민주당 김경협 의원(3시간12분),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5시간16분), 민주당 이용우 의원(1시간15분), 국민의힘 김태흠 의원(2시간39분), 민주당 김원이 의원(2시간27분),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2시간10분), 민주당 김용민 의원(2시간20분)에 이어 차례로 필리버스터에 나섰다. 13일 오후 5시 기준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이 필리버스터를 이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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