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케네디상가 이어 12월 중앙상가 '집단감염'
14일 코로나 집단감염으로 상권이 크게 위축된 서울 남대문시장에 폐업을 하고 문닫은 점포가 보이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코로나19 확진자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자영업자들은 폐업 기로에 몰리고 있다. 반면 "나도 감염됐을 수 있다"는 불안이 가중되면서 서울역 등에 임시로 설치된 선별검사소를 찾는 시민들도 많았다.
14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은 영하로 떨어진 날씨만큼 썰렁한 분위기였다.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30여 년간 의류업을 해온 60대 주모씨는 "쌀 살 돈도 없어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주씨는 지난 8월 남대문시장 내 첫 번째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케네디상가'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고 매장까지 닫았던 그는 또 다시 발생한 집단감염으로 벼랑 끝에 놓였다.
■일주일 만에 문 연 중앙상가…"손님 없을 것"
남대문시장은 영업 시간대임에도 문을 열지 않은 매장이 눈에 띄었고, 길가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일부 매장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휴점한다' '점주분들의 설문조사를 거쳐 야간에 도매 영업만 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달 초 집단감염이 발생해 상가 전체가 문을 닫았던 중앙상가 C동은 영업을 재개했지만 활기를 찾아볼 순 없었다. 방문객이 없어 썰렁한 상가에선 상인들이 맥 없이 스마트폰만 응시하고 있었다.
이 상가에서 31년간 의류업을 해온 70대 문모씨는 "일주일 만에 문을 열었는데 손님이 올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다"며 "아마 오늘 옷 한 벌도 팔지 못할 거 같다. 이대로면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차례나 휩쓸고 간 집단감염은 상인들의 희망을 빼앗았다. 임대료를 못 내 대출을 받았다는 건 예사말이었고 며칠 동안 한 개도 팔지 못했다는 상인들도 있었다. 지난 8월 시장 내 첫 번째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케네디상가에는 재계약을 하지 못하고 매장을 처분한 곳이 적지 않았다.
케네디상가 상인 60대 송모씨는 "집단감염이 발생한 이래 풍비박산이 났다"며 "이 상가에서 장사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가장인데, 밥 한끼 사 먹을 돈이 없는 처지"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단순히 매장 하나가 문을 닫는 게 아니라 한 가정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14일 코로나 집단감염으로 상권이 크게 위축된 서울 남대문시장은 평소보다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잡히지 않는 코로나…"이 고통 언제까지"
상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상인들 사이에선 '셧 다운'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영업을 해도 장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일정 기간 동안 모든 매장 문을 닫고 방역에만 힘쓰자는 것이다.
60대 의류상인 김모씨는 "지난주 윗 상가에서 몸살을 앓다 병원에 간 상인이 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더라"며 "이렇게 힘들 바에 모두 문을 닫고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 돌입하는 게 나을 거 같다. 질질 끌어봐야 상인들만 고통받고 나아질 게 없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는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임시 선별진료소 56개소를 이날부터 순차 운영했다. 남대문 시장이 위치한 중구에선 서울역 광장에 임시 선별진료소가 마련됐다. 선별진료소는 증상이나 확진자와 접촉이 없어도 검사를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익명으로 휴대전화 번호만 제출하면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이날 오전 서울역 광장에는 20~30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서 검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용한 전파자'로 꼽히는 20대부터 4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젊은 층이 많았다. 서울역의 특성상 캐리어를 끌고 검사를 받는 사람도 있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