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최대 하루 3천명 이상 확진
1월 조기 총선에 초점 맞추느라 경기살리기에 혈안
코로나 미온적 대처
日 시사평론가 "발신력 없는 스가 총리, 슬리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로이터 뉴스1
【도쿄=조은효 특파원】 일본의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하루 최대 3000명을 넘어서는 등 최근 급격한 확산세를 나타내면서, 출범 3개월째를 맞은 스가 내각도 덩달아 휘청이고 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지난 1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미 스가 내각 비지지율(49%)이 지지율(40%)을 역전한 상황이다. 스가 내각이 1년짜리로 '단명'할 수 있다는 위기감 마저 감돌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과 불만이 폭증하면서, 한 달 새 지지율이 17%포인트나 급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ABC방송 프로듀서 출신으로 1983년부터 일본에서 활동해 온 데이브 스펙터는 마이니치신문에 코로나 대책과 관련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향해 '슬리피(sleepy)'라고 꼬집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당시 별명인 '슬리피 조'를 빗대며, 리더로서 자질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지난 주 일본에서 새로 추가된 코로나 확진자는 총 1만7694명이다. 하루 평균 2527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특히, 지난 12일에는 3041명을 찍으며, 사상 최다를 경신했다. 도쿄 역시 하루 최대 621명(지난 12일)까지 치솟았다. 당일 도쿄를 비롯한 인근 사이타마현, 지바현, 가나가와현 등 수도권 3개현을 더한 이른바 '도쿄권'에서만 하루 최대 1155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14일 도쿄 중심가.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길을 건너고 있다. AP뉴시스
병상 부족에 대한 위기감은 날로 더해가고 있다. 14일 현재 도쿄에 이어 확진자가 두 번째로 많은 오사카의 병상 사용률은 80%를 넘어섰다. 이미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府) 지사는 간호사 부족을 우려, 일본 정부에 자위대 파병까지 요청했다. 도쿄의 병상 사용률은 60%대다. 의료 체계 압박을 낮추기 위해 대부분 중증자들만 받아들인 수치다. 일본의 코로나 경증자들을 자택이나 도쿄도에서 계약한 호텔에서 요양한다.
일본 정부는 이같은 급격한 코로나 확산세에도 여행 보조금 정책인 '고 투 트래블 캠페인'을 일부 수정할 뿐 그대로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도쿄와 나고야를 목적지로 하는 여행만 보조금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경제를 살려, 내년 1월 조기 총선 압승과 재선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게 스가 총리의 구상인 것으로 읽혀지나, 엉거주춤한 방역대책으로 되레 정치적 명줄만 재촉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정치적 맹우인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은 "내년 1월 초 (의회)해산은 없을 것 같다"고 부정적 전망을 내비쳤다. 무파벌인 스가 총리가 당분간은 파벌 정치를 역전할 타이밍을 잡지 못할 것이란 얘기다. 스가 총리의 임기는 아베 전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인 내년 9월까지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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